디카시를 배우고 있다. 디카시는 사진과 5줄 이내의 시로 이루어진 새로운 문학 장르이다. 울산종갓집도서관에서 디카시 강좌가 열린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다. 우리나라 디카시인 협회에서 작년부터 계관시인을 선정하는데 올해 스승님인 박해경 시인이 계관시인상을 수상하셨다. 계관시인은 영국 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이며, 고대 그리스에서 훌륭한 시인이나 영웅에게 월계관을 씌워 주었던 데에서 유래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최고의 디카시인이라는 의미이다.
수업을 마치면 늘 과제를 내어 준다. 이번 과제는 참외이다. 그런데 주제가 참외라고 해서 글이나 제목에 참외가 바로 드러나면 시가 아니다. 스승님은 우리에게 시상이 떠오르면 10가지 아이디어를 버리고 11번째를 써라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슬프다를 표현할 때 '눈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해서 '눈물이 난다.'고 쓰면 그건 뻔한 글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징과 반전, 촌철살인이 짧은 시에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시를 보신 스승님은 1,2,3행은 단순 사실 나열이다. 낙엽처럼 타들어가며 말라가는 내 마음에 포인트를 두고 쓰라신다. 고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모든 배움은 참 어렵다. 그래도 스승이 있으면 큰 힘이 된다. 감사하게도 수상시집인 <달을 지고 가는 사람>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