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토스
가끔 창원에 계시는 엄마가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2011년 겨울에 췌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기적적으로 회복하신 엄마, 5년 생존율이 10퍼센트도 안 된다는 췌장암을 이겨내고 10년 넘게 살아계신, 죽은 것 같은 엄마. 정기검진에서 혹시 안 좋은 게 발견되었을까, 매번 휴대폰을 귀에 더 바짝 대게 하는 목소리.
근무 중에 휴대폰 액정에 '영희 엄마'라는 글자가 뜬다.
"아들, 통화 되나? 도토리 준다는 데, 이거 계좌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데 어렵나?"
"도토리? 갑자기 뭔 도토리?"
"그거, 토스, 삼일 동안 도토리 이거 받으면 계좌에서 바로 출금가능하다캐서."
아, 일단 안심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후 7시면 동네 사거리에 좀비처럼 모인다는 토스 모임 말이었구나. "내 안 오면, 사람들이 오늘은 와 영희는 안 오노, 궁금해 해서 얼굴 도장 찍고 퍼뜩 갔다올게."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 간 며칠 동안도 한 번도 거르지 않던 그 끈기. 하루에 몇 백원이라는 허울보다 사람을 만나는 재미로 다니시는 것 같았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마치 배구 시합 전 몸을 풀듯 휴대폰 화면에 코를 박고 배구공을 토스 하듯 서로의 안부를 묻고 까르르 웃고 내일 보자, 내일은 못 나온다 오데 가서, 다음을 기약하는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엄마는 스스로 토스뱅크 계좌를 만드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휴대폰을 구매한 공식대리점에 용감하게 걸어 들어가 직원에게 부탁해 계좌 개설을 해냈다. 거기에 도토리를 차곡차곡 쟁여놓으셨다고 한다. 아들 내외랑 손주들이 내려온다고 하면 일주일 전부터 잠이 안온다고 하시는 엄마, 숨겨둔 도토리는 잊으시고 잠 좀 푹 주무시길.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 덕분에 참나무 숲이 번성한다고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