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을 놓치면 단숨에 먹힐 지도 모른다
비가 쉴 새 없이 오는 수요일이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고 마음이 베베 꼬여도 있어 혼자 뾰로통하다. 누가 나를 건든 것도 아닌데 열이 잔뜩 오른 사람처럼 오늘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 이런 기분이 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됐다. 밥을 먹는 것도 싫었고, 일을 하는 것도,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모두 싫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며 생각에 잠기는데, '이 시간'을 아주 잘 이용해야 한다. 타이밍을 잘못 놓치면 우울의 늪에 빠져 다시 보통의 나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다운된 기분에 갇히는 건 쉽지만 걷어내는 건 한 없이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만한 모든 것들을 총집합해야 했다.
우선, 근본적인 우울한 기분의 원인을 파악해야 했다.
나는 왜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걸까?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나에게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작업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회사 업무를 병행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두 번은 찾아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초반의 파이팅 넘치는 마음보다도 억지로 질질 이끌어가는 것 같았고 결과는 당연히 스스로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거기다 회사에서도 집중하지 못해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나 하나쯤 빠져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것도 저것도 다 어설픈 상황에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 초라한 마음이 견딜 수가 없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며 기분이 안 좋았다.
쉽게 원인이 파악됐다. 그럼 이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 했다. 초라함을 느끼는 건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일이니 어쩔 수 없더라도 행동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을 정해야 했다. 1번)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춰놓고 작업해보기. 2번) 회사에서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 안 하기. 3번) 본인 스스로의 평가를 믿지 말기. 딱 세 가지를 정해보았다. 전부 이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책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안해졌다.
원인과 해결책을 냈지만, 바로 기분이 좋아질리는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한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우울한 기분에 휩쓸려가면 아무리 원인과 해결책을 찾더라도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종종 이럴 때 단순하게 기분이 좋아질 만한 것들을 활용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던가, 글을 쓴다 던가, 재밌는 콘텐츠를 보는 것 등. 내가 좋아하고 그걸로 잠시나마 다른 것에 집중할 만한 것들로 내 기분의 방향을 바꿨다. 잠깐의 작은 행동이지만 이것이 곧 5분 뒤, 혹은 내일의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한 자 한 자 글을 작성하는 사이에 기분이 꽤 나아졌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지만, 다음 챕터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혹시나, 지금 우울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들을 멈추길 바란다. 한시라도 빨리 기분이 좋아질 만한 걸 찾아 내 감정의 환기를 시키고 우울한 감정에 집중되는 것을 막자. 단순하지만 이것을 행동함과 행동을 하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는 우울함에 계속 빠져 있을 수도, 혹은 빠져나갈 수도 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찰나의 기분에서 벗어나 무던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