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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un 23. 2023

브런치로 시작해서 출간까지

우연으로 시작한 작은 출발이 내 삶에 커다란 역사를 쓰게 될 줄 정말 몰랐다.


나는 중고등학생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작은 친구였다. 학교 도서관에 꽂힌 소설을 일주일에 두 권씩 꼬박꼬박 대출해 빌렸고, 수업시간이 지루할 때면 옆짝꿍 성경책을 열어 창세기부터 읽으며 완독했다. 인문학과 철학등의 책편식을 하긴했어도,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정말 좋아했다. 가끔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작가를 꿈꿔보라며 희망찬 말로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래서 잠시나마 작가를 꿈꾸며 공모전을 준비해보았고 작품도 써봤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타인에게 내 글을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수많은 명필들 사이에서 누구봐도 내 글은 조잡해보였고 비문도 많아 읽기 불편했다. 작은 비난에도 흔들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더욱 나만 보고 나만 읽고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글들만 매일같이 썼다. 그렇게 소망하던 내 꿈은 어른이 되면서 감춰야하는 추억이 됐고, 간직은 했어도 새로 꺼내볼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시시한 어른으로 사회를 알아가던 중, 아는 지인분께서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그분이 글을 취미로 갖고 있다는 부분에 놀랐고, 생각보다 잘 쓴 글솜씨와 짙은 감성에 두번 놀랐다. 공개된 공간에 자기의 감성과 가치관을 차곡차곡 쌓아둔 모습이 꽤나 멋져보였다. 순간, 내 머릿속에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번뜩 스치며 작은 산들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바로 집에서 브런치를 가입해 쓰고싶었던 이야기를 썼다. 많은 플랫폼 중 브런치를 선택한건, 사진 보다 글에 집중된 공간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또 나처럼 작가를 꿈꿨던 사람들이 도전하는 공간이라 생각해 바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나의 일상에서 있었던 장면의 조각들과 순간순간 스쳤던 생각들을 기록해 나갔다. 유일하게 솔직했던 시간이었다. 매일 인간관계 속에서 가면을 쓰던 '나'의 답답함을 이런 식으로 풀어간다는 사실이 부쩍 마음에 들기도 했다. 특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면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를 모르는 타인들에게 고민과 감정을 나눌 수 있어 많은 위로도 받았다. 또 내 글로 인해 기분 좋다는 댓글을 받을 때면 그날은 브런치 어플을 열번도 넘게 나갔다 들어가며 봤던 댓글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어느날 알람이 울렸다. 브런치 댓글이 달렸다는 소식이 기뻤지만 타이밍이 안 좋게도 회사에서 일이 너무 바빠 미처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퇴근할 때쯤, 지하철 안에서 다시 확인을 해봤을때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출판사에서 내게 출간 제의를 해온 것이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내 글을 보고?'


댓글을 쓴 담당자는 본인 소속과 함께 메일 주소를 남겨주며 연락을 원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브런치에 출간 제안 버튼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비활성화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댓글로 제의를 준 담당자분께 너무 감사했지만,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은 혹시 신종 사기수법이 아닌가 의심부터 들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꼬드겨서 등쳐먹는거 아니야?' 워낙 세상이 흉흉한 것도 있었고 고작 내 글 따위가 책으로 만들어진다는게 전혀 상상이 안됐다. 하지만 출판사를 알아보고, 메일도 주고 받으면서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팅을 통해 담당자를 만나 계약까지 원활하게 진행이 되었다. 


순식간에 진행된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거기다 내가 가장 감추고 싶었고, 또 들어내길 무서워했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일이 과연 맞는지 또한 여러번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가족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와 또 앞으로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겼다. 거기다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라면 꼭 잡고 싶었다. 


완고를 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겼었다. 글을 쓰며 엉뚱한 방향으로 헤매기도 해보고(그럴때마다 담당자님께서 많은 피드백을 주셨다.), 과거와 현재를 수 없이 오가며 감정이 소용돌이 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책 한 권이 완성되는데 있어 나의 노력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았다. 특히, 단어 하나가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 또한 깨달으며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성장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2023년 4월 말, 드디어 <보통의 집구석>이라는 제목으로 내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이혼과 재혼가정 자녀의 성장을 담은 나의 이야기를 엮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생각하는 이혼과 재혼은 더 이상 특이하거나 남들에게 흠 잡힐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이혼과 재혼, 혹은 또 다른 가족의 형태가 이제는 곳곳에 자리잡아 다양한 모양새로 살아간다는 걸. 난 이제 이걸 보통. 즉,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정의하기 위해 책 제목을 <보통의 집구석>이라고 지었다. 


아직은 어떨떨하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하나의 꿈을 이뤘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쁘다. 브런치 작가에서 출판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많은 성장과 함께 좋은 인연 또한 만나 행복했다. 


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우연과 행운들에 감사하며, 기록하고 꾸준히 작은 것들을 해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 



+) 구상 중이지만 다음번에는 소설을 꼭 내보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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