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내가 부끄러운 글
서른이 되고 보니, 가장 멋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스스로가 어떤 취향을 갖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며,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전진하는 사람들. 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갑작스러운 행운을 자연스럽게 얻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련의 루트가 멋지고 부럽기만 하다.
내 주변에는 그런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 영어를 잘하고, 해외 생활을 즐기는 모험가 윤이. 그녀는 곧 캐나다로 2차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어렸을 적부터 해외생활을 꿈꿨던 내 친구는 열심히 영어 공부를 준비했고, 자연스레 외국인 친구들과도 사귀게 되면서 이제는 자시만의 새로운 터를 잡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 서른 살의 나이에도 타국에 나가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라면 수십, 수백 가지를 고민하며 불안해 떨었을 텐데.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뚜렷하게 알고 있으니 설령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내 부러웠다.
또 오래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와인에 빠져 살던 내 친구 양. 양은 공대를 나왔으면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결국 책도 두 권이나 낸 능력자다. 회사 생활을 몇 번 하다가 맞지 않아 자신 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와인에 빠져 있다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따 지금은 와인회사에 취직해 이곳저곳 출장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질 좋은 와인을 알리고 있다. 그 애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똑바로 깊게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애에게는 잎사귀 사이에 반짝이는 볕처럼 신선한 푸름이 있다. 난 그런 에너지를 동경하고, 또 어쩔 때는 시샘도 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멋이 그 애에게는 있어서. 참 못난 자격지심이다.
난 나로 삼십 년을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것을 100개 나열하라고 하면 1000개는 더 나열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은 10개를 나열하라고 한다면 몇 시간은 끙끙거리며 겨우 대답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나는 뭐든 맹숭맹숭한 인간, 음식으로 치자면 얼음이 많이 녹은 아이스 바닐라라테 같다. 우유도, 커페도, 물도 어정쩡하게 섞인 바닐라라테 맛은 차라리 안 마시는 게 더 나을 정도이다.
직업도 내가 원하는 직업이 아닌, 대충 적당히 들어갈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 매일 불평을 쏟으며 타자를 치고 있고, 잠깐 짬이 날 때면 아무 생각도 안 드는 쇼츠와 릴스로 머릿속을 무의미하게 채워간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있는 취향과 열정이라는 얼음은 빨리 녹아 사라지고 물이 되어 희석되기만 했다. 십 대에도 고민하고, 이십 대에도 고민하던 나를 찾는 여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 자체로 살아가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가진 목적의식을 바라보기만 하는 내가 부끄러운 요즘. 어떤 것부터 하고, 어떤 걸 끝내야 나도 나의 색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