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토아부지 Feb 22. 2023

신이 인간에게 구원을 받는 이야기 <더 웨일>

날것의 생각 그대로 영화 리뷰 - 날그리

영화 '더 웨일'(연출 대런 애로노프스키)은 구원에 관한 영화다. 표면적으론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 뚱보로 향하는 대학교수 찰리(브랜든 프레이저)가 자신의 딸을 통해 밝은 빛을 향해 고래처럼 두둥실 떠올랐단 얘기다. 찰리를 도와주는 애인의 입양 여동생 홍 차오도 나오고 인간적 이유로 신의 복음을 전하러 왔다가 신적 이유로 인간에게 복음을 받는 토마스도 나온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나는 자꾸 이 뚱보가 신처럼 느껴진다. 대학 교수인 그가 학생들의 에세이를 보고 고쳐주는 일을 해서 그런가. 내 의심엔 이유가 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에겐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 '마더'에서 하나님 메타포 하비에르 바르뎀은 시를 쓴다. 글을 쓰는 건 세상을 창조하는 거고, 고쳐주는 건 왠지 전능한 느낌이 있다. 생각을 연장해보자. 찰리는 엘리란 인간을 창조했고. 여전히 인간과 삶을 사랑한다. 엘리는 그가 창조한 유일하게 좋은 것이다. 그래도 인정하기 힘들다. 삶을 포기하고 자기 파괴적으로 페퍼로니 피자를 흡입하며 집 밖을 벗어나지 않은 채 숨기만 하는데 무슨 신이냐고.ㅜㅜ 


성경에서 엘리는 아들 농사 잘 못 지은 제사장 이름이다. 무슨 억측이냐고. 찰리-엘리 리자 돌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추가 힌트가 있다. 영화에 빈번하게 언급되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월트 휘트먼의 시는 의미심장하다.

휘트먼은 '크고 많은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휘트먼의 시처럼 감독은 신이 못하는 걸 인간이 할 수 있음을 넌지시 보인다. 신은 인간을 절망케 한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인간이다. 

더 나아가 인간은 어둠 속에 숨은 신도 밝은 빛으로 인도할 수 있다. 다시 두둥실 고래처럼 떠오르게 할 수 있다. 구원할 수 있다. 


'모비딕'에서 선장 에이허브는 고래를 악의 화신이라고 여기고, 복수를 갈망하지만, 고래는 사실 감정이 없다고 엘리가 에세이에 썼다. 엘리는 기억력이 정확하고, 찰리의 말마따나 진실된 에세이를 썼으니 엘리가 말하는 건 다 맞다. '모비딕'의 작중 화자 이스마엘은 고래를 신적 존재로 여긴다. 정리하면 신적 존재인 고래는 감정이 없다. ㅋㅋㅋ 


영화의 마지막 브랜든 프레이저는 엘리의 진실된 에세이를 들으며 밝은 빛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바다로 딛는 마지막 한 발자국. 그는 말 그대로 고래처럼 두둥실 뜬다. 인간 덕에 승천한 고래, 아니 신 이야기 <더 웨일>이다. 흥.


그래. 이건 신이 인간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이야기다.


※표현이나 명칭도 일부러 좀 날것으로 써봤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주연의 위치'에도 '조연의 마음' 간직한 배우 진선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