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안구해-
3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이하 ‘가오갤3’)이 추락하던 마블을 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최근 개봉했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중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어벤저스: 엔드 게임’ 이후, 일련의 영화들에 실망하고 성났던 ‘마블민국’의 민심을 잠재울 만한 분위기. 그런데 ‘가오갤3’의 성공이 마블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가오갤’ 시리즈는 단 한 번도 마블 세계관의 중심부에 있었던 적이 없던 이단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를 책임졌던 제임스 건 감독은 경쟁자인 DC유니버스의 수장이 돼 떠났다.
‘가오갤 3’은 10일 기준 200만 관객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앤트맨3' 등등 무수한 헛된 희망들이 간절히 바랐던 꿈의 숫자다. 국내에서 유독 저평가당했던 마블의 언더독은 뚜껑이 열린 후 우호적인 평가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로튼토마토 지수의 경우 70대에서 시작해 개봉 이후 오히려 80대를 회복하며 역주행 중. CGV 골든에그지수 역시 98%로 높다. 네이버 관객 평점도 초반이긴 하지만 9점이 넘는다. 앞서 2월에 개봉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6.86)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7.00)를 월등히 앞선다.
이번 영화는 ‘우주 낙오자’들에서 ‘가족’이 된 ‘가오갤’ 멤버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사경을 헤매는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을 살리기 위해 목숨 던져 우주를 종횡무진 하는 멤버들과,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로 우뚝 서는 로켓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멤버들은 서로를 끔찍해하면서도, 끔찍이 아끼는 가족 같다. 자신을 잊은 애인이라도, 흉측하게 생긴 생명체라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동료라도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리즈의 한 챕터를 따스하게 마무리한다.
드라마적 요소를 높이면서도 시리즈가 가진 장점은 그대로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네뷸라(카렌 길런), 드랙스(바티스타),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그루트(빈 디젤 목소리) 등 가오갤 멤버들은 저마다 결함을 가진 인물들. 지구 방위란 숭고한 목표를 위해 달리는 ‘마블랜드’의 정형화된 영웅들에 비해, ‘불완전함’이란 개성을 가진 이들은 보다 인간적이다.
서로를 끔찍해 하면서 끔찍이 여기는 데서 파생하는 이들의 유머는 여전하다. 특히 맨티스와 드랙스의 티키타카가 좋다. ‘앤트맨3’이 향후 중심 빌런 정복자 캉의 등장을 위해 앤트맨을 들러리처럼 소비하거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원조 블랙 팬서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을 추모하는 데 여념 없었던 실수를 저지른 반면, 이 영화는 시리즈만이 가진 매력을 살리며 영화 자체에 집중했다. 시리즈가 가진 경쾌한 리듬감을 잃지 않으면서 '가족애'를 '인류애'로 확장시켜 따스한 정서마저 품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환상적이다.
멀티버스(다중우주)처럼 복잡한 개념이 쓰이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감독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점도 틀에 찍은 공산품 같은 다른 마블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난 바닥에 붙어 있으니 플로어야 까르르 웃는 토끼 등 실험체들은 저마다 괴상하다. 멤버들이 급습하는 연구소는 거대한 창자를 연상시킨다. 이 ‘괴랄’한 이미지에선 과거 ‘트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슬리더’를 만든 감독의 B급 취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가오갤3’의 성공이 침체한 마블의 부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가오갤3’에 대한 호평은 마블 영화라서라기보단 시리즈의 개별적 매력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이번 영화는 마블이 진행 중인 멀티버스 사가에서 주변부에 불과하다. 마블의 부활을 말하긴 시기상조란 얘기다.
마블 부활의 답은 이제는 경쟁자인 건 감독의 충고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는 MCU 영화가 조금 더 감정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펙터클과 유머도 좋지만, 캐릭터들에게 여러 감정을 더 많이 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