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사람 하나 구하러 갑시다.”
“어디로요?”
“달.”
우주 영화 장르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신기원을 열겠다는 ‘더 문’이 2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한국형’이란 꼬리표를 떼도 될 정도로 스펙터클한 우주를 생생히 구현해냈다. 기술은 진일보했지만 서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김용화 감독은 저승(‘신과 함께’)에 이어 달에서도 한국형 신파를 활용한다. 주인공은 위기를 겪고, 인물들이 품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은 클라이맥스에서 터져 나온다. ‘쌍천만 감독’ 김용화식 휴머니즘은 달에서도 변함없이 작동한다.
영화는 2029년 한국이 처음으로 달 탐사선 우리호를 쏘아 올리는 데서 시작한다. 태양풍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대원 3명 중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인 선우(도경수)만 살아남는다. 달에 고립된 선우를 구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전임 센터장 재국(설경구)이 나서고, 나사(미 항공우주국)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 문영(김희애)이 물밑에서 돕는다.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가 연상되는 우주 유영 장면을 지나 선우가 달에 착륙한 후부터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본격적으로 시각특수효과(VFX)를 뽐낸다. 특히 선우가 유성우 폭격을 맞는 장면은 웬만한 할리우드 과학소설(SF) 영화 못지않다. 달 탐사선 세트는 나사가 사용하는 부품과 소재로 실물에 가깝게 제작됐고, 4K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해 달의 질감을 최대한 구현했다.
김 감독은 “280억 원은 큰 예산이지만, 그 돈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달의 표면을 볼 때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해상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자부했다.
놀라운 비주얼과 달리 이야기는 다소 뻔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15∼20분 간격으로 일이 터지고, 선우가 위기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극복하는 일이 반복된다. 내면에 슬픔을 안고 있지만 묵묵하게 임무를 다하는 선우, 트라우마를 안고 있지만 선우를 반드시 구하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나온 재국, 직업윤리와 인간으로서 도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문영 등 주요 인물들은 전형적이다. 이들이 모두 남모를 사연과 인연으로 얽혀 있고, 그것이 극적 결말로 이끌 것이란 점은 예상이 가능하다.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에 단골 출연하는 꼴불견 정치 관료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용기와 책임감, 죄의식과 용서란 보편적 정서가 영화를 관통한다. 용서하는 것보다 용서를 구하는 것에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전작 ‘신과 함께’ 시리즈가 떠오른다. 다만 ‘신과 함께’에 비해 신파적 요소를 절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다. 김 감독은 “한동안 용서와 구원이란 키워드에 빠져 있었다”며 “용서를 구하는 용기와 용서를 받았을 때의 위로감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류애 역시 주요하게 부각된다.
사실상 홀로 세트에서 촬영한 순간이 대부분이었을 도경수의 연기는 발군이다. 마지막 순간의 감동은 몸이 부서져도 눈빛만큼은 살아 있는 선우의 투혼이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국을 맡은 설경구의 연기는 안정감이 있지만 다소 도식적인 면이 있고 문영 역의 김희애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 아니란 인상을 준다. 특별출연한 김래원과 이성민은 작품에 무게감을 주며 제 몫을 다한다. 공들인 시각 효과에 비해 사운드는 아쉽다. 특히 다급한 상황에서 인물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