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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Nov 29. 2023

3040 싱글 판타지 덕지덕지…영화 <싱글 인 서울>

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청년(19~34세)층의 미혼 비율이 80%가 넘고, 30~34세 중 ‘싱글’이 ‘유부’보다 많아진 시대. 영화 ‘싱글 인 서울’은 화려한 ‘싱글 어른’이 바글바글한 현 시대를 발빠르게 반영한 시의성 강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숨돌릴 겸 줄거리부터.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경로를 따른다. 현진(임수정)은 일 빼고 모든 것이 ‘허당’인 출판사 편집장. 일에 빠져 화장기 없는 수더분한 외모에 조그만 호의에도 ‘그린라이트’라 여기는 도끼병 말기 환자. 연애 모지리 현진이 "혼자 살지 않은 자, 모두 유죄!"라 외치는 영호(이동욱)와 가까워지며 조금씩 설렘을 느끼는 과정은 수 많은 싱글들에게 각성제이자 촉매제가 돼 줄지 모른다. 


이 한 컷에 영화의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현실밀착형 로맨스를 표방한 영화는 실은 30·40대 싱글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신과 상대에 대한 판타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한강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채광 좋은 집에서 LP판과 카메라, 와인을 모으고, 커피를 내리며 감성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영호의 모습은 싱글 판타지의 결정판이다. 게다가 연애에 관심 없는 츤데레. 다른 여자에 눈돌아갈 일 없다는 얘기다. 시크하고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엔 아픔이 있는 순둥이란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현진도 마찬가지. 연애에 쑥맥이란 사실에선 이 캐릭터가 남자 경험이 도통 없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안경끼고 철지난 파마머리에 수더분한 모습을 아무리 해도 안경 벗고 꾸미면 금방 임수정이 될 것이란 사실 역시 기대요소. 더구나 결정적인 순간, 현진은 영호의 신발끈을 묶어준다. 빈폴인가 폴로가 낳은 3040의 로망 중 하나가 아닌가.


이미도, 이상이, 김지영, 꼬꼬무 아저씨 등 주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도 묘하게 이질적인 이유다. ‘접속’부터 ‘건축학개론’까지 로맨스 장르를 통해 그 시대의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명필름 제작 작품이기에 더 아쉽다.


셰익스피어극이라면 세 마녀, 투란도트라면 핑팡퐁인가. 관심병사를 연기한 이상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을 답습하던 영화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영호의 첫사랑 비밀이 드러나며 한 번 전환할 때다.


영호가 연애 금쪽이가 된 건 첫사랑의 아픔 때문. 그런데 첫사랑 상대인 이솜이 등장하면서, 영호가 가진 첫사랑 공식- 나는 잘못한거 하나 없고, 그 년이 못된 년-이 무너진다. 찌질하고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교열해야 비로소 새로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꽤나 보편적인 진리.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판에 새기고 되뇌어야 할 문제다.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곡해되기 마련이니까. 실패의 기억은 지워지고 미화되는데, 보통 첫사랑은 실패의 역사니까.


나도 책 내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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