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앤트맨을 보려고 갔는데, 다른 걸 본 기분. 짜장면을 시켰는데 잡탕밥이 나온 기분.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앤트맨 3·연출 페이턴 리드)는 ‘앤트맨’의 후속편이라기보단 향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책임질 메인 빌런 ‘캉’을 소개하는 ‘어벤져스: 캉의 등장’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번 영화는 개봉 전부터 천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주역 타노스에 비견되는 압도적인 빌런 캉의 출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타노스가 등장과 동시에 마블 영웅들과 본격적인 대결을 펼쳤던 전작들과 달리 영화는 캉이라는 존재를 설명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예고편 성격이 짙다. 침체였던 마블 영화의 화려한 부활보단 ‘도약 전 숨 고르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체 세계관 구축을 위해 ‘앤트맨’이 부속품처럼 쓰인 것 같은 인상도 든다.
영화는 ‘앤트맨’ 스콧 랭(폴 러드)의 변화된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혼한 전과자로서 배스킨라빈스에서 해고됐던 지난날을 딛고, 어벤져스 일원으로 지구를 구한 영웅이자 배스킨라빈스 명예사원이 된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딸 캐시(캐스린 뉴턴)가 발명한 기계로 스콧과 함께 아내 호프, 호프의 부모와 캐시까지 가족 모두가 양자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양자 영역에서 살고 있던 캉(조너선 메이저스)은 앤트맨과 첫 대면에서 “내가 너를 죽인 적이 있던가”라고 혼잣말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어벤져스를 죽였는지 알고 있나?”라고 말할 정도로 캉은 멀티버스(다중우주) 세계에서 ‘정복자’란 악명을 떨친다. 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타임라인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캉의 능력 덕분으로 각 세계에 다양한 버전의 캉이 존재한다. 이들 중 영화에 등장하는 캉은 양자 영역을 정복한 캉. 그는 다른 캉들의 견제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없는 양자 영역에 갇혔지만, 그 세계에서 제국을 만들고 탈출을 꿈꾼다.
캉의 존재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앞으로 나올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까지 향후 3∼4년간 MCU를 책임질 최종 빌런 캉이 어벤져스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던 앤트맨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설정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구치소를 들락거리던 도둑(‘앤트맨’), 어벤져스 멤버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던 주변인(‘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었던 앤트맨이 마블코믹스의 가장 강력한 적 중 하나인 캉과 대적한다는 점은 캐릭터의 신분 상승이란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다른 마블 영웅과 달리 상대적으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줬던 앤트맨이 MCU 페이즈5를 열었다는 점은 평범함의 위대성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폴 러드 특유의 위트와 조너선 메이저스의 진중함이 빚어내는 합도 좋다. ‘언제든 더 클 수 있다’는 스콧의 자서전 대목처럼 전투 스케일은 유례없이 커졌다.
문제는 캉이란 존재를 이해하려면 멀티버스와 양자 영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해 진입장벽이 다소 높다는 점이다. 최근 마블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던 멀티버스란 설정이 캉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 학습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시간을 통제할 수 없는 양자 영역에서 싸우다 보니 캉의 압도적인 힘은 덜 돋보인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협공에 고전하는 캉은 등장과 동시에 헐크를 때려잡던 타노스와 비교되고, 캉의 위협은 상당 부분 ‘말’에 의존하고 있어 추상적이다.
영화는 ‘스타워즈’나 BBC 드라마 ‘닥터후’가 강하게 연상된다. 배경인 양자 영역은 기존 SF(과학소설) 장르에서 묘사했던 외계 행성의 모습과 유사하고, 브로콜리 머리를 단 외계인같이 이질적인 비주얼을 가진 생명체가 무수히 나오기 때문. 앤트맨 1편의 악당 대런은 커다란 얼굴을 가진 ‘모독’으로 등장해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양자 영역에서 제국을 구축한 캉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오버랩된다. 앤트맨 시리즈 특유의 가족애는 보다 끈끈해졌다. 외딴 세계에 떨어진 가족이 위기를 이겨내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는 전형적인 가족 모험 영화처럼 보인다. 2개의 쿠키 영상은 향후 서사에서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