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다. 소풍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일찍 물든 낙엽을 주워 작품에 하나씩 붙이니 교실에도 가을이 물들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구름 위에 자신의 상상을 덧대기 바쁘다. 바람 친구는 꼭 그려준다.
저마다 열심히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겨우 눈물을 삼켰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꼭 강아지가 뛰어노는 것 같다.
오늘은 나의 친구 보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이다. 하늘이 온통 하얗고 보송한 털들로 가득 차있다.
2006년부터 나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리는 나에게는 친구이자, 동생이자, 가족이었다.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보리의 털 속에 내 얼굴을 파묻으며 온기를 느꼈다.
보리도 나의 온기를 즐겨 무릎에 매일 같이 앉아있곤 했다.
이렇게 보리와 무한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 교감했다는 추억은 나에게 큰 행운으로 남아있다.
대상이 누구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이자 행복이다.
그렇기에 온기를 나누는 것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인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걸작을 남긴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나는 이 말을 조금 더 확장하여 표현하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다."
보리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세상은 설렘으로 가득 찬다.
온기를 나누는 일은 그렇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기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내 마음이 자연스레 끌려 행동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은 나를 위해 움직인다. 내가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온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한 프로에서 기안 84님이 출연자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그 친구는 설거지가 좋아서 한데요, 설거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또, 차에 타면 늘 가운데에 앉아요, 그 자리가 제일 불편할 텐데 거기가 편하데요.
배려심이 많고 착한 사람이에요"
기안 84님은 당연하게 여겼던 배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며, 스튜디오를 따뜻한 감동으로 물들였다.
다음으로는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지만, 현명한 사람은 그것을 인정하고 바로잡는다."
모든 사람은 누구에게나 상처를 줄 수 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상처를 받은 상대도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면 미안하다는 진심을 전해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 없이는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주고받는 온기 속에서 행복이라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