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모순 (1998), 양귀자

by Sue

무엇이 모순되는 걸까.


무엇이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를 뜻하는 거지?

모순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설일까,

모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에세이일까,

모순이라는 주제 아래 묶은 단편집일까.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봄날,

처음 들어간 서점에서 그 책을 구매한 이유는 앞표지에 적힌 문구 때문이었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순은 장편소설이다.

글쓴이는 양귀자.

1955년 전주에서 태어나 국문과를 졸업한 그에게 '모순'은 그의 3번째 장편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목차가 나오고 첫 번째 장이 뒤따른다.



1. 생의 외침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이 구절을 읽고 어떻게 독서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떠한 인생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 그리고 그렇게 소설이 시작하는 것이 카프카의 <변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변신에서 주인공이 거대한 바퀴벌레로 바뀌었다면 모순에선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 생애를 바치겠다고 느닷없이 외치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인생을 시작한다.



인상깊었던 표현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일이다.

소설에서 안진진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그의 엄마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파악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하는 생각을 다시 상기시켜준 인물이었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위로란 쉽지 않다. 한 이의 슬픔을 그이가 아니고서 어찌 이해하겠는가. 진심 어린 위로보다 억울함이 조금만이라도 가벼워질 때 불행의 극복 정도가 큰 것은 인간의 보편적 진리인가 보다. 무상하다 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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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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