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산문선

조지 오웰 산문선을 읽고...

by Sue

01. 나는 왜 쓰는가 (1946)

지난 10년간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을 예술로 승화하는 일이었다.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존경심을 가지게 된 에세이.

글과 언어의 아름다움을 높게 평가한 그가 혁명적인 시대에 태어나 목격한 당파성과 불의에 대해 쓴 글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언어에 재능이 있고 불쾌한 사실을 직면하는 힘이 있음을 알았으며, 이것이 나의 세상 같은 것을 만들어 일상생활의 실패에 보복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100년도 전에 태어난 그지만 왜인지 어린 시절의 그와 나는 닮은 부분이 많았고 이는 나에게 소설 뒤의 냉철한 지식인이 아닌 개인적인 그와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가벼운 기쁨을 줬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단어의 소리와 연상 작용이 주는 기쁨을 발견했는데 이 미학적 열정이 소설 1984의 단어집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가지게 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오웰은 인도가 아직 영국의 식민지일 때 인도에서 태어났다. 버마에서 인도 제국 경찰ㅡ그에 따르면, '나와 맞지 않는 일'ㅡ로 일을 하다가 권위와 제국주의에 대한 '타고난' 증오가 커져 사직서를 내고 노동 계급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며 버마에서 겪은 일을 통해 제국주의의 본질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그때 히틀러가 등장했고 그는 파시스트·나치와 같은 전체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민주적 사회주의가 실현되리라고 낙관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한다. 이를 통해 그는 전체주의의 실상을 뚜렷이 인식하고 그것이 진실을 왜곡하여 인간을 억압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후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BBC에서 뉴스 해설 집필자 등으로 활동하다 마흔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오웰의 성장 배경을 알게 되니 그의 소설들이 얼마나 그가 일생 간 목격한 것들, 사색한 것들의 정교하고 확적한 집적물인지 깨닫게 되었다.



02. 교수형 (1931)

한 번은 간수들에게 양쪽 어깨를 잡힌 채 옆으로 살짝 걸음을 옮겨 웅덩이를 피하기도 했다.
그가 교수대에 섰을 때에도, 허공에 매달린 채 목숨이 10분의 1초밖에 남지 않았을 때에도 (..) 그의 뇌는 여전히 기억하고, 예측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했다. (..) 그와 우리는 함께 걸어가면서 같은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2분 뒤면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한 명이 사라질 것이다. 하나의 마음이, 하나의 세상이 줄어든다."
나는 어느새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다들 웃었다. (..) 우리 모두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프랜시스의 이야기가 유난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 원주민, 유럽인 할 것 없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다 같이 술을 마셨다. 죽은 이는 90미터쯤 멀리 떨어져 있었다.



03. 코끼리를 쏘다 (1936)

어느 날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일어났다. (..) 나는 그 일을 통해서 제국주의의 진정한 본질을 ㅡ전제 정부가 움직이는 진짜 동기를ㅡ 예전보다 더욱 확실하게 엿볼 수 있었다.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수직관계가 형성된 어느 사회에서도 이러한 모순적인 현상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배자에게는 어떠한 압제가 있다.
그 순간, 나는 백인이 독재자로 변할 때 그가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04. 마라케시 (1939)

(..) 꿀벌이나 산호층처럼 분화되지 않은 갈색 물질에 불과할까?


05. 부랑자 임시 수용소 (1931)

할 일도 주지 않고 무식한 사람을 온종일 가두는 것은 정말 멍청하고 잔인한 짓이다. 이는 개를 술통에 매어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 안에 위안거리를 가지고 있는 유식한 사람만이 감금을 견딜 수 있다.


08. 책과 담배 (1946)

책값과 우리가 책에서 얻는 가치의 관계를 정립하기는 어렵다. <책>에는 소설, 시, 교과서, 참고서, 사회학 논문 등 수많은 것들이 포함되고, 길이와 가격이 상응하는 것도 아니다. (..) 우리가 읽고 또 읽는 책, 머릿속의 일부가 되어 삶에 대한 태도 자체를 바꾸는 책, 잠깐 들여다보지만 끝까지 읽지 않는 책, 단번에 읽고 일주일 뒤면 잊어버리는 책도 있지만 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용이 다 같을지도 모른다.


12. 영국 살인 사건의 쇠퇴 (1946)

(..) 사건의 외적 폭력성 때문에 살인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 보일 뿐 아니라 횡행하는 범죄 유행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 이 모든 걸 염두에 두면서 『뉴스 오브 더 월드』 독자의 시점에서 <완벽한> 살인이 무엇인지 구성해 볼 수 있다."


15. 정치와 영어 (1946)

(..) 두 가지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심상의 고루함, 두 번째는 정확성의 결여이다.
케케묵은 은유와 직유, 관용어를 사용하면 정신적 노력을 크게 아낄 수 있지만, 독자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의미를 잘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혼합 은유가 중요하다 은유의 유일한 목적은 시각적 심상을 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상들이 충돌하면 (..) 작가가 자신이 열거하는 단어의 심상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고 있지 않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마음을 열면 기성 문구들이 밀려들어 올 테니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당신을 대신해서 기성 문구들이 저절로 문장을 구성할 것이고 ㅡ 심지어 생각도 어느 정도 대신해 준다 ㅡ 필요하면 당신의 의도를 당신 자신에게도 일부 숨기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줄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언어의 타락과 정치가 얼마나 특별한 관계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16. 좌든 우든 나의 조국 (1940)

보통 과거가 현재보다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과거를 돌아볼 때는 몇 년씩 간격을 두고 일어난 일들이 한꺼번에 압축되어 보이기 때문이고, 또 우리에게 떠오르는 기억 중에 정말 순수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1.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1947)

내가 운 것은 상대방이 그러기를 기대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뉘우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특유의 더욱 심오한 슬픔 때문이었는데, 이를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쓸쓸한 외로움과 무력함, 적대적인 세계일 뿐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없는 규칙이 지배하는 선악의 세계에 갇혔다는 느낌말이다."




6월 1일부터 시간 날 때마다 읽은 조지 오웰 산문선.


반파시스트이자 냉철하지만 해학적인 지식인으로서 오웰이 그의 에세이에 남긴 단상, 사색, 비판들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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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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