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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1. 덜어내기

by 우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 정작 말이나 글이 엉키는 날이 많다. 전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방향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 많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서비스를 만들 때도 이것저것 다 담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사용자에게도 불편한 서비스가 되기 쉽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이 분명 있는데, 자꾸 그걸 놓친다. 괜한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흐리고, 오히려 마음을 멀게 만들기도 한다.

일어나지도 않을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소음으로 꽉 차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이럴 때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마음과 몸 모두를 상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집에 혼자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밤에 무작정 산책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특히 이렇게 머릿속에 고민이 많을 때는 한 시간 두 시간 그 이상을 걷기도 한다. 긴 시간의 산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왔고, 우연히 예전에 사고 끝까지 완독 하지 못했던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음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과 조각케이크를 먹으며 완독 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걷기로 잘 알려진 배우 하정우가, 걷는 시간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비워내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을 덮은 후, 좀 긴 시간 스스로에 관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온 키워드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덜어내기였다. 의지가 과해 욕심이 생겨서 그랬던 건지, 머릿속 내용을 잘 정리하지 못해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나 업무에서 덜어내지 못하고 과하게 넘쳤던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과유불급'을 언급했다. 넘치는 것은 서비스 개발은 물론 인간관계에서조차 오히려 부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너무 쉬운 사자성어로만 여겼는데, 나의 상황에 빗대어보자 많은 생각거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일, 꼭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다. 덜어냄은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그릇을 넘치게 가득 채우기보다, 나의 그릇을 키워 그릇이 넘치지 않아도 더 많은 것들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과연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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