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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Jul 06. 2021

팬덤 없이 브랜드는 존재할 수 없다

콘서트장에서 느낀 어느 마케터의 단상

마케터로 일하면서 새롭게 '나'에 대해 알게 된 점들이 있다. 나는 다양한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친구들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 도전해 보고 싶은 게 많다. 예전엔 꾸준히 한 가지를 깊이 있게 파는 사람들에 비하면 왜 나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이 많은지 종종 고민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성향이 다능인이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멀티플레이어의 기질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마케터로서 역량을 기르기 위해 나는 일상과 SNS 속에서 영감과 인사이트를 꾸준히 찾아보는 편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찾는 것을 넘어서, 찾은 것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영감 노트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작은 목표 중 하나다. 요즘엔 내가 하는 경험에서 영감과 인사이트를 기록해보려 하고 있다.


신입 마케터들의 바이블처럼 불리는 책 <마케터의 일>에서 경험 자산에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와 같다는 이야기에 나 같은 경험주의자는 큰 위로를 받았다.


"할 까 말까 할 땐 하고, 살까 말까 할 땐 사세요.
그 돈과 시간만큼의 자산을 남기면 됩니다. 최선을 다해 경험합시다."
- 마케터의 일, 32p




이번 주말에는 내가 즐겨보던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TOP10 콘서트에 다녀왔다. 프로그램 방영 당시 참가자들의 공연을 보며 많은 용기와 위로를 받은 애청자이자 30호 가수 이승윤의 팬이기에 콘서트장에 꼭 가고 싶었다. 역시 기대만큼 너무 좋았고, 코로나로 함성 대신 박수만 허용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싱어게인 경연곡들을 라이브로 들으니 아드레날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출되는 기분이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낯선 감정을 느꼈다. 부럽다는 마음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에게 아이컨택받은 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이 처음으로 부러웠다.


가수와 팬의 관계를 살펴보면, 가수는 자기 콘텐츠(음악)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 과정을 통해 자기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이 생긴다. 팬들과 관계 맺으며 가수는 자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팬덤은 이 콘텐츠를 더 대중들에게 알리고, 팬을 모으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


브랜딩도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팬들과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외면을 받는 콘텐츠는 브랜드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동안 쌓은 신뢰감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팬이라면 이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할까?, 어떻게 우리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방향성이다. 지난 5개월간 콘텐츠 기획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이다.


왜 그렇게 무명 가수들이 대중들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지, 팬이 없으면 가수도, 브랜드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와닿는 시간이었다.


 



싱어게인 콘서트와 같은 시간대에 있었던 미스터트롯 콘서트 덕분에 진정한 팬덤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내 가수 팬임을 드러내는 데 검정 에코백 하나만 맞춰온 나를 반성하게 할 만큼 트롯 팬분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가수 팬임을 제대로 드러내며 정말 열정적이셨다. 응원봉은 기본이고 각종 액세서리와 응원도구를 보며 충격과 자극을 동시에 받았다. 현생에 치여 쪼그라들던 열정에 불을 붙인 느낌이랄까? 더 열심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덕질할 것이며, 마케터이자 크리에이터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 내 콘텐츠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팬이 생기면 좋겠다.


이런 마인드셋이 생긴 내가 굉장히 낯설면서도 또 한편으론 신기하고 앞으로 또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변할지 기대가 되기도 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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