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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Apr 10. 2022

세상의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행복을 요리하는 만능 요리 팬, my new sweet home !

아티스트 웨이 2주차: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번 주에는 창조성 회복의 핵심 요소인 자기인식을 다룬다.
당신의 욕구와 욕망, 관심을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당신은 새로운 경계를 긋고 새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글과 도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 이사를 했다.

6식구가 살기에는 비좁았던 작은 아파트에서 널찍한 주택으로 오니 알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절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또한 비워내고 버려야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북적북적 번화가 한복판, 복작복작 세대 수 많은 곳에서 살다가 밤 8시면 주변 불이 모두 꺼지고 인기척조차 드문 한적한 지역에서의 새로운 주택 생활은 큰 옷을 어설프게 걸쳐 입은 듯 아직은 조심스럽고 어색하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한가?


지난 한 해 코로나 계엄령으로 마치 <안네의 일기> 한 장면을 떠올리듯 오도 가도 못하게 발이 묶인 6식구가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고 있을 때 혼자서 상상하곤 했다. 다음엔 어떤 집에서 살까? 가장 먼저 외풍 없이 따뜻해야 하고, 너무 자극적인 색감보다는 아늑하고, 푸른 자연이나 잘 가꾼 정원이 내려다 보이며 남쪽 햇살이 부서지 듯 밝았으면 좋겠고, 욕실은 많은 식구가 하루 3번 샤워해도 물 곰팡이 없이 마를 수 있도록 반. 드. 시. 작은 창문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각자의 개인 공간이 있다면 더욱더 좋겠다 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위축된 경제 활동이 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새롭게 발표할 때마다 넓고 근사한 새 아파트를 장만하겠다는 희망은 현실과 점점 멀어져만 갔다. 서민에게 고르게 주택 공급의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아파트 가격을 치솟게 했다. 게다가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이런 마음을 놀리기라도 하듯 건축 자재 비와 인건비는 날쎈 술래처럼 한 달 단위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더 지체할 수 없이 마음의 모든 방문과 창문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my sweet home ‘내 집’ 을 내가 직접 만들자!


 6개월간의 구상 후 3개월 간의 공사 그리고 2달여 이사 전 준비... 그리고 드디어 지난 일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 가족만의 옥상 테라스가 있는 주택. 상상한 것보다 더 아늑한 집이 만들어졌다. 얏호~^^! 도면 설계부터 보일러, 단열과 마감재까지 뛰어다니며 직접 찾아보고 알아보고 결정한 집이다 보니 더 애정이 간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살았던 집들과 달리, 첫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람처럼 약간의 짬만 나도 온통 집 생각뿐이었다.


 올 한 해 내게 최우선순위는 당연히 이 새로운 공간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이사 직전과 후는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 많기도 하다. 인터넷과 보안 경비 업체 선정과 설치 공사. 이사 전 보일러 정상 가동 체크. 필요 없는 물건들 당근에 내다 팔거나 나눔 하기. 필요한 물건들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하기. 네 아이 방 함께 자며 보일러와 방 점검하기. 정수기 이전 설치와 세탁기 AS 받기...

이 모든 자잘한 잔 일도 꿈 꾸었던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 마음에 불편함은 없다. 하나씩 정돈되고 아늑해져 가는 공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쓰러질 듯 피곤하다가도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흐른다. 공간이 사람의 기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다만 속설에 집 한 채 짓고 나면 머리가 하얗게 센다더니, 실제로 새치 수준으로 몇 가닥 있던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뒷골도 당기고 머리가 가끔 찌릿찌릿 하기도 한다. 마음을 많이 쓰다 보니 순간 혈압이 올라갔나 싶다. 공사하고 이사 준비하느라 건강 검진을 여러 번 미루었는데, 다음 주에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건강검진을 하고, 다시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며 건강 또한 챙겨야겠다 마음먹는다.


 집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특별하다.

신경 건축학자들은 건축이란 ‘마음의 소리를 담아내는 그릇’ 이라 말한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7p) 아이들이 많은 나에게 집이란 행복을 요리하는 팬과 같다. 어떤 화력에도 타지도 넘침도 없이 행복을 뭉근하게 조리할 수 있는 3중 코팅 만능 팬! 2021년 한 해 마음의 소리를 따라, 하고 싶었고 해야 했던 셀프 집 짓기 도전으로 우리 가족에 딱 맞는 새로운 만능 팬을 얻었다. 세상 어느 길위에 있더라도 결국엔 우리가 행복할 집을 향해간다. 새로운 공간에서 이제 아이들과 행복을 맛있게 요리 중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시인 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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