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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Apr 10. 2022

봄날 예찬,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봄의 오감에 흠뻑 빠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독특한 기후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한국에 태어난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변함없이 늘 변화하는 계절의 바뀜으로 내가 얼마나 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 좋다.


나는 따스한 봄 햇살을 사랑한다.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탕에 한참 동안 담갔다가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가본던 사람은 알 것이다. 오그라들었던 세포들이 하나하나 펴지면서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말초혈관이 확장되며 내지르는 짜릿한 환희라니...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놓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놓는다.’지만, 추운 겨울을 녹이는 봄볕에는 가을볕에는 없는 이런 환희가 있다. 자외선에 비록 바싹 타더라도 따스한 봄 햇살을 받고 있으면 잔뜩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활짝 펴지는 듯 행복해진다.


그래서였을까? 학부 시절 가장 빡 세게 공부해야하는 본과 1, 2학년 북향 강의실은 볕이 아주 잘 드는 한의과대학 남쪽 주 출입문 바로 안쪽에 있었다. 볕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출입문 계단 양쪽 난간에 선배님들이 삼삼오오 볕을 등지고, 또는 커피나 담배로 소소한 시간을 보내며 나와 앉아 있었다. 신입생 때는 노인정 할아버지같은 선배들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게다가 들어가고 나가면서 난간에 걸터앉은 선배님들과 눈 맞춤하는 것도 쑥스럽고, 매번 인사하기도 어색했다. ”선배님~ 왜 여기 다들 나와 계시는 거에요? “어느 날, 안면 있는 선배에게 물었더니 짧고 명료하게 답해주었다. ”응. 광합성 중이야! “내가 본과생이 되고 나서 알았다. 북쪽 강의실에 새벽 별 보며하는 전공 공부라, 볕 좋은 날에 눅눅한 이불 널 듯 공부하느라 움추려든 본과생에게 광합성이 필요했다는 것을... 봄 햇살은 여전히 내 몸과 마음에 광합성을 일으킨다.

 

나는 애기 연두 봄빛과 몽글몽글 벚꽃의 다정함을 사랑한다.


새집으로 이사한 후 전에는 3분이면 되었을 출근길이 1시간 거리가 되었다. 집 근처로 전학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중학생 막내를 태우고 출근하는 길, 신호를 기다리다 빼곡하게 딱정벌레처럼 늘어선 자동차들 너머로 눈길을 돌렸다. 연하디연한 연둣빛이 하늘거린다. 아~ 애기 연둣빛이다!’ 겨우내 홀딱 벗은 몸으로 추위와 흰 눈 코트의 무게를 견디어 낸 나무들이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 생명을 틔워 내고 있었다. 애기 연둣빛 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릴 때마다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것 같다. 몽글몽글 벚꽃이 만개할 즈음 딱 요맘때만 볼 수 있는 여리디여린 봄의 색. 한 데 마음 주고 있다가는 놓치기 쉬운, 강보에 싸인 아기가 백일 동안 매일매일 성장하는 백일색이다. 산기슭 사이사이 또는 거리의 가로수로 풍만하고 화사한 벚꽃의 자태는 애기 연둣빛을 돌보는 누이인 양 보모인 양 다정하다. 아침 길 막내가 지각할까 노심초사했던 마음도, 코로나바이러스 폭증으로 심난했던 마음도 스르르 사라진다. 애기 연두 나뭇잎과 몽글몽글 벚꽃의 봄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새콤달콤 오렌지와 구수한 냉이 쑥국 향과 맛을 사랑한다.


결혼하고 그당시 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시골로 내려갔다. 친구도, 속 터놓고 말할 사람 한 명 없는 그곳에서 말동무해 주려는 듯 큰아이가 그해 겨울 태어났다. 임신임을 처음 확인하고, 아구가 맞지 않아 덜커덩 소리를 내는 시골 산부인과 낡은 샷시 문을 뒤로 하고 거리로 나서던 날도 쏟아지는 봄 햇살 아래 벚꽃이 만개했다. 때마침 장날이라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빨간 대야와 갈색 소쿠리 가득 넘쳐나던 새콤달콤 오렌지 향과 봄나물 향... 갑자기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뱃 속의 아가가 먹고 싶은가보다!’ 한 손에는 냉이와 쑥을, 다른 한 손에는 노란 오렌지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달랑달랑 사뿐사뿐 손과 발이 장단을 맞추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을 품었다는 기쁨 가득, 기다렸던 아이에 대한 설렘 듬뿍, 온 우주를 다 얻은 듯한 뿌듯함으로 먹었던 새콤달콤 오렌지와 씁쓸하면서 구수한 냉이 쑥국. 언제 먹어도 그 순간은 봄이다.


봄의 오감을 접하면 생기가 돋는다.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힘을 낼 의욕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작, 출발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희망이 생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우울감에 장아찌처럼  절여 있다가 아름다운 봄날의 오감을 일깨우고 나니, 새로운 인연, 새로운 일, 새로운 도전 거리를 궁리하며 애기 연둣빛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어 다시 즐거워졌다. 봄은 지난한 겨울을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있는 용기를 준다.


올봄에는 어떤 씨를 뿌려볼까?  


전문성 있는 새 직원을 뽑고, 나 없이도 운영될 수 있는 분야의 개발과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해 보자!

주 1회 이상 전공 외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간단히라도 기록하자! 

이제 막 싹 트기 시작한 공적 글쓰기,  댄서로서의 꿈,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나와 떠나는 여행은 잘 가꾸어 키워보자! 

마음 밭에 씨를 뿌렸더니, 벌써 봄 하늘에 꽃이 피고 벌, 나비가 날아드는 듯하다.

갑진(甲辰)월 봄기운을 받고 태어난 내가 봄을 더욱 사랑하는 이유다.



꽃씨/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면서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가 숨어 있다.


2022년의 봄을 캔버스에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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