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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Apr 10. 2022

연둣빛 업글인간

    나는 누구인가? (2021.4.9)

나뭇가지마다 돋은 연두빛 새잎이 갓난아이처럼 어여쁘다. 쳐다보고 있노라면 응애~응애~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연두빛의 향연! 어디에 눈을 두어도 사랑스러운 봄빛 그득한 4월의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근처 공원을 부러 찾았다. 공원 입구에 핀 붉은 철쭉과 노란 수선화가 화들짝 반긴다. 나무들이 우거져 긴 연두빛 터널이 된 산책길로 고즈넉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며칠째 가슴에 품고만 있던, 미궁 속 하얀 백지 같은 질문을 풀어낸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지배적 가치, 성장 : 백 살 청춘을 조각하는 나.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쟁취의 역사를 걸었다. 둘째들의 특성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사랑을 받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런 중에 자연스레 성장의 욕구가 내 삶의 지배적 가치가 되어버렸다. 화분 방향을 돌려놔도 기어코 태양을 향해 줄기를 틀어가듯 힘들고 고통스럽다 해도 내가 더 발전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냥 무턱대고 버텼다. 이런 기질인 내가 좀 더 현명하게 배우고 성장해 갈 지혜를 얻은 것은 존 맥스웰의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와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읽고부터다. “성장이란 그저 지식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성장이란 인간으로서 역량을 키우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내면의 진실함을 지키는 것, 자신이 있고 싶은 곳이 아니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그리고 영혼을 성숙시키는 것이다.”란 글이 마음에 남는다.

5년 전부터 나는 행복습관일지를 매일 기록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작은 실천습관이 내 삶을 조각해 가는 힘이라 믿는다. 이번 내면 탐사를 통해 나의 강점인 배움, 도전과 열정, 실천력이 성장이라는 가치를 든든하게 견인하고 있음을 알았다. 내 삶의 지향점인 백 살 청춘, 이런 나이기에 이루어 볼 만하지 않을까?


내가 있어야 할 곳, 돌봄 : 나를 돌보기 시작한 나.


네 명의 어린 딸을 키우는 한의사로서, 나는 안팎으로 주변을 돌보는 것이 내 몫이었다. 성장에 대한 마음 역시 돌보는 그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설계하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도록, 엄마로서 성장하며 돕고 싶다. 그리고 나를 신뢰하는 환자분과 지인들이 자기 건강의 주체자가 되도록, 상의(上醫)의 품격으로 성장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런데 이런 돌봄과 배려가 지나쳐 자신을 억누르고 몰아세울 때가 많았다. 의무와 꿈 사이에서 소중한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내가 지향하는 구도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자신에 대해 옳고 그름의 마음이 없어질 정도로 자신과 완벽한 한 팀 이루기! 최근에 깨달은 내 마음이 있어야 할 또 다른 곳이다.


내면의 진실한 표현, 행복 : 혼자서, 함께 행복한 나.


원하는 삶이란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나비 힐링 센터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댄스강사를 선택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춤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을 상징한다. 춤을 잘 춘다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희노애락을 자유롭게 잘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아~하! 나는 내적인 자유로움의 성장을 함께 열렬히 바라고 있었구나. 글을 쓰면서 나를 새롭게 알아간다. 추위와 외로움을 잘 타고, 타인에게 행복을 구걸하던 나는 자발적 행복실천(아소행)과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혼자서도 충만할 수 있음을 느낀다. 느낌과 감정을 글과 몸으로 오롯히 표현하면서 행복을 더 잘 느끼고 창조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내 안의 희노애락(喜怒愛樂)에 솔직하고 잘 표현하기. 나를 위해 내가 찾은 행복 증폭기이다.


태생부터 트렌디한 업글인간인 나.


업글인간이란 무작정 성공을 지향하지 않고, 자신을 업그레이드(upgrade)하며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는 자기 계발형 인간을 뜻하는 신조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업글인간이 트렌드라니 태생부터 업글인간인 나 역시 트렌디한 사람이다.

산책하며 올려다본 파란 하늘 사이로 여기저기 고개 내민 연둣빛이 생기롭다. 나는 누구인가? 화두를 풀어 놓고 연두 천국을 세 바퀴 돌고 나니, 나도 온통 연두색 봄빛으로 물들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완만한 매일 매일의 성장 속도를 즐기며 살아가는 나는 연둣빛 업글인간이다.



아티스트웨이 2주차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있도록 '당신이 요즘 즐기는 일, 당신을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봄을 좋아하는지, 딱 요맘때(벚꽃이 피기 직전부터 만개해서 떨어진 직후 4월 중순까지)의 애기 연둣빛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다시금 깨닫는다. 우연치 않게도 1년전  자기 인식과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나는 누구인가?'란 주제로 글을 쓸 때도 벚꽃이 만개했던 4월초순이었다. 이것도 일종의 동시성일까? 나와 연둣빛 그리고 봄. 제목만 기억나고 내용은 가물가물한 1년전 썼던 원고(연둣빛 업글인간 2021년 4월9일)를 부러 다시 꺼내 읽었다. 응애~응애~ 애기 연둣빛 사랑에 혼자 웃는다. 나는 태생부터 트렌디한 연둣빛 업글인간, 맞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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