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생기가 함께 찾아왔다
통학 3주가 되니 험난하게 느껴졌던 통학길이 적응되었나 보다. 붐비는 지하철도, 환승도 그런대로 견딜만해졌다. 환승하기 좋은 포인트도 알게 되어 경제적으로 움직이는데도 학교만 다녀왔을 뿐인데 하루 만보 가까이 걷는다.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것은 아주 좋은 변화인 것 같다.
월요일에 성격심리학 수업 중에 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혼비백산해 있을 때는 '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도 중학생이 되니 혼자 병원에도 갈 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큰 애 키우면서 일할 때 서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이는 열이 펄펄 끓는데 맡길 곳이 없어서 학원 대기실 소파에 눕혀놓고 수업했었다. 뭐 대단한 일 한다고 그렇게까지 살았나 싶다. 남편은 남편대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자기 딴엔 한다고 하는데 늘 내겐 부족했으니 말이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모두가 힘들었다. 내가 일을 관두고 그 부분에서 모두가 편해졌다. 월요일에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아찔했다. 어린아이가 있는데 일하거나 공부하는 엄마들, 진짜 그거 보통일이 아니다.
아이가 병원 진료를 혼자 다녀와서 집에서 냉동밥 돌려 있는 반찬이랑 대충 챙겨 먹고, 약을 먹고, 좀 편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들어간 오후 시네마테라피 시간은 정말 좋았다. 지난주 보고 감상문을 쓴 영화는 <시네마천국>이었는데,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세상에나... 이거 이렇게 좋은 영화였나? 싶었다. 이십 대에 보긴 했지만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른 지점에서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를 본 것도 좋았지만 다른 분들이 써서 제출한 감상문을 읽는 것도 말로 하는 소통과는 다른 느낌의 소통이었다. 같은 영화를 봤지만,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풀어놨다. 앞으로 이 수업에서 함께 보게 될 영화가,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몹시 기대된다.
수요일 총장님의 얄롬 특강이 있었다. 이 수업은 문화센터 교양강좌 같은 느낌도 나서 가벼운 기분으로 향한다. 문학 좋아하는 사람들,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총장님의 응원하에 뭉치는 느낌이라 2회 차만에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날은 수업이 끝나고 총장님의 퇴임식이 학교에서 있어서 함께 참석했다. 이런 공식적인 행사 불편해서 꺼려하는데, 망설이던 나를 부추겨 같이 가자고 해주신 선생님들이 계셔서 용기를 냈다. 수업을 같이 듣는 박사과정 선배님이 행사장에서 나를 보시더니 "엄청 적극적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맞다. 적극적이고 싶다. 퇴임식, 가길 잘했다. 나는 갓 입학했지만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총장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 총장님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현장이었다. 송사를 읽으시는 선배님의 울먹임을 들으며 그들 사이에 있는 스토리도 모르면서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 기억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승의 은혜'를 3절까지 완창 해봤다. 2절, 3절 가사를 처음 음미했다. "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 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내게 이런 스승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야말로 떠나면은 잊기 쉬운...
상담심리학 수업도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 어제부터 조별 발표가 시작되었는데 그건 좀 스트레스이긴 하다. 경험이 없어 전혀 감이 잡히지 않던 상담이라는 것에 대해 모호하게나마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설명, 상담 경험이 풍부한 학우님들과의 토론을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매수업이 끝나고 제출해야 하는 리플렉션페이퍼가 숙제처럼 여겨졌는데 그걸 쓰다 보니 복습도 되고,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지난주 수업이 끝나고 나설 때는 머리가 아파서 힘들었는데, 어제 수업이 끝나고 나설 때는 기분이 한결 나았다. 실은 어제 오전에 ppt자료 만들어보겠다며 두 시간쯤 씨름하고 나서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 학교에 갔다. ppt를 자그마치 20년 만에 건드려봤다. 그러니 얼마나 헤맸겠는가?
일을 할 때 오후 5시쯤 되면 머리가 너무 아파 매일 두통약을 먹고 버텼다. 일을 그만두고 그런 증상이 사라져서 정말 좋았는데, 다시 뭔가 집중해서 하려고 하니 두통이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눈이 피곤해지면서 두통이 시작된다. 어제 수업에서 만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동기 선생님들과 이런 한탄을 했다. "제일 먼저 눈이 훅 갈 것 같아요. 우리 지금 공부할 때 맞아요? 놀러 다니며 쉬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눈은 피곤하고 두통약을 달고 살지만 남편이 그랬다. "당신 요즘 생기 있어 보여. 좋은 변화네!"
폐경이행기로 요즘 들쑥날쑥하는 컨디션을 생각해 볼 때, 대학원 생활이 없었다면 어쩌면 굴을 파고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싶어 참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일주일에 세 번은 강제로 외출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