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흩어지는 말들이 안타까워서...

by 낮별

대학원에 합격한 후 입학까지 두 달 정도 되는 시간을 뭘 하며 보내야 할까, 학부 전공이 심리 분야도 아니었기에 대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미리 해두면 좋을까 고민했었다. 학교 교학처에 전화 걸 일이 있어서 통화했다가 푸념처럼 물어봤었다. "입학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요? 미리 공부해 두면 도움 될 만한 거 있을까요?"그때 교학처 선생님은 단칼에 대답했다. "입학하면 그때부터 못 쉬니까 두 달 동안 푹 쉬시고 실컷 노세요."

실컷 놀으라는 말에도 나는 불안해서 심리학 관련 분야 책을 찾아 읽었다. <현대심리치료와 상담이론>(권석만), <아직도 가야 할 길>(스캇 펙), <처음 시작하는 심리학>(조영은), <프레임>(최인철), <모든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마거/대박사)를 읽었다. 마거와 대박사가 몇 년 전에 진행했던 팟캐스트 "알편심"(알면 편한 심리학)을 뒤늦게 찾아 듣기도 했다. 이 팟캐스트는 요즘도 이동 중에 종종 듣고 있는데 이걸 들으면서 실존주의상담치료의 대가 얄롬의 책을 알게 되었다. 소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읽고 얄롬의 글에 흠뻑 빠졌고 자서전 <비커밍 마이셀프>, 치료일화를 기록해 놓은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를 읽었다. 학교에 입학하니 마침 얄롬의 책으로 진행하는 특강이 있었고, 그것이 내가 특강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한국자격검정평가진흥원이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무료 자격증 강의 두 개를 신청해서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심리상담사와 문학심리상담사 시험이었다. 강의는 무료이지만 유형의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비용을 입금해야 한다. 나는 시험에 합격만 해두고 자격증 발급은 받지 않았다. 강의는 대체로 괜찮았지만 이 자격증이 공인력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기만족 차원에서라면 유료 발급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외에도 K-mooc에서도 심리학입문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 두 달의 시간을 나름 바쁘게 보냈기에 입학해서 수업을 들으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조금 아쉬운 건, 입학 직전에 친구가 보라고 건네준 책들을 거의 펼쳐보지도 못했다는 건데 융과 카렌 호나이에 관한 책, 정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전문 서적들이다. 수업 중에 융과 카렌 호나이에 대한 부분이 나오니 미처 이 책들을 읽어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확실한 건, 먼저 접해봤다는 것(비록 그걸 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입학 전 읽었던 책에서 접해봤던 개념들, 심리 실험, 인물들은 수업 중에 교수님이 설명해 주실 때 뇌리에 명확하게 와서 꽂히지만 수업 중에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스르르 공중으로 흩어져버리곤 한다.


그러니 좀 더 오랜 시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를 더 하고 입학했더라면 대학원 공부가 더 흥미진진하고 유익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방송대에서 문화교양학과가 아닌 청소년교육학과에 편입하여 2년 동안 이 분야를 먼저 접했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방송대에는 심리학과가 없다. 비용대비 효용감을 느끼려면 내가 좀 더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아쉽다. 비록 상담심리 분야에서는 미흡하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것들에 대해 접해볼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방송대에서 전공을 고르라고 해도 나는 또 문화교양학과를 고를 것이다. 문화교양학과에서 배우는 커리큘럼들을 보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가슴이 두근두근 뛸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러니 이런 아쉬움을 후회라고 볼 수도 없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 학부 비전공자이면서 상담대학원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분야의 책들을 되도록이면 많이 읽고 관련 강의도 많이 들으면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컷 쉬고 놀다가 입학해서 공부하라는 말은 그냥 마음 편하라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요즘은 강의 교재와 씨름하느라 다른 책들은 거의 볼 수가 없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모임 책만 겨우겨우 읽고 있다. 지난주 모임 책은 정아은 작가의 <잠실동 사람들>이었다. 작년 12월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아은 작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이 책을 읽자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잠실동 사람들>은 골치 아픈 전공책들과 씨름하는 가운데 잠깐씩 머리를 식히며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었다. 그걸 읽고 만난 책 모임 친구들과 질펀하게 수다 한 판을 떨었다. 유쾌한 시간이었다.

시네마테라피 수업 덕에 요즘은 매주 좋은 영화를 보면서 힐링한다. 의식적 자각을 갖고 영화를 보는 것의 효능감을 배우고 있는데, 아직 의식적 자각을 갖는다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지는 못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영화의 후기를 남기기 위해 집중해서 보는 상태와 비슷한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온전히 보는 그 시간도 중요하지만, 보고 나서 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그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영화의 관람이 완성된다는 느낌이다.


읽고 싶은 책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읽어야 하는 책만 읽고 있는 요즘이지만 도서관에 갔다가 백수린의 소설집 <폴링 인 폴>을 빌려왔다. 때마침 가을이기도 하고, 추석 연휴에는 읽고 싶은 책도 한 권쯤 읽어보려고 한다. 시네마테라피 수업에서 같은 조 선생님들이 좋은 영화를 많이 추천해 주셔서 영화도 틈나는 대로 보려고 한다. 긴 추석연휴가 끝나면 중간고사 기간이 닥친다. 명절 연휴에 소설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있을 처지가 아닌 것도 같지만...


모두 편안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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