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 천국>
청년 토토(살바토레)만한 나이였을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었다. 다시 영화를 본 건 중년의 토토만한 나이가 되어서이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와 꼬마 토토의 우정이 감동이었고, 청년 토토와 엘레나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가슴 아팠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과 어렴풋이 그런 기억만 남아있었다.
다시 본 영화에서는 중년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30년 만에 돌아온 고향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지안칼도에서 느꼈을 복잡한 감정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안칼도는 어린 토토가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곳, 아름다운 첫사랑 엘레나와 뜨겁게 사랑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어진 곳이다. 지안칼도의 작은 극장 ‘시네마천국’에서 토토는 알프레도를 만났고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는 진정한 우정을 나누었다.
‘시네마천국’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해주는 공간이었다. 토토에게 시네마천국은 꿈이었고, 사랑이었고, 우정이었다. 토토에겐 전부였다. 알프레도는 죽었고, 어머니는 노쇠했고, 극장은 폐허가 되었다. 폐허가 된 극장 안에 들어가 둘러보는 살바토레의 마음, 나는 거기에 한참을 머물렀다.
젊은 토토에게 절대로 지안칼도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던 알프레도의 마음, 중년의 토토에게 이제 너의 삶은 로마에 있으니 여기엔 추억만 두고 떠나 너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모두 사랑이었다. “토토, 네가 시네마천국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알프레도의 바람대로 토토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서 성공하여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자신이 버려두고 떠났던 사람들과 극장이 스러져가는 것을 보며 토토는 후회나 슬픔보다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사랑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알프레도가 죽기 전 토토에게 전해달라던 것은 다름 아닌 종교적 심의하에 커트시켰던 키스 장면들이 담긴 필름이었고, 어머니가 토토에게 바란 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라고 했다. 토토는 알프레도가 전해준 키스 장면들을 보며 얼굴은 웃고 있었는데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Love Thema’가 흘렀다.
나 역시 중년이 되었고, 오래전 고향을 떠나왔다. 그리고 나를 낳아주신 두 분이 모두 떠나셨다. 나의 ‘시네마천국’ 역시 폐허가 되었다. 가끔 무엇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헤맨다. 그럴 때 기억하고 싶다. 모든 존재의 필멸의 법칙의 냉혹함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면, 그건 살아가는 동안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