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기댈 수 있는>, <35도, 홈런의 각도>

by 낮별

이번 시간에는 같은 조에 속한 시인님들로부터 단어 선물을 받아서, 그 단어를 가지고 '나의 각도'에 대해 써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받은 단어 선물은 <엄마, 챙 넓은 모자, 환함, 낮달, 친근한 음성, 소녀>였다.

왜 이 단어들을 내게 선물해 주셨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아리송함을 가지고, 즉석에서 시를 지었다.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기댈 수 있는

- 낮별


엄마 없는 아이는 일찍 철이 든다더니

엄마 없는 어른은 일찍 늙나 싶었다.


태양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눈이 멀 것만 같아서...


챙 넓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시선의 각도를 낮게, 더 낮게 떨어뜨렸다.


그제야 환하게 드러낸 낮달,

박꽃처럼 눈부시게 희던 엄마의 얼굴


낮별아,

등을 토닥이던 친근한 음성


“너의 곁에는 항상 내가 있단다.”


낮별은 낮달에 기댄다.

소녀는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촉진시였던 김경미 시인의 <각도>를 미리 받아 들고, '각도'에 대해 미리 써둔 시가 있다. 이번 수업에서도 즉흥시 작업을 하는 바람에 공개하지 못한 시다. 야구팬으로 살다 보니 이걸 이렇게 써먹는 날이 오는구나 싶어 내심 뿌듯했다. 우리 집 야구광 남자들에게 이 시를 미리 공개했더니 하는 말..."35도면 뜬공 아닌가? 조금 더 낮아야 해." 우리 집 남자들은 시에 대한 감상은 뒤로하고 홈런각도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김경미 시인처럼 이 말을 넣었어야 했는데...


로버트 어데어라는 물리학자가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홈런각도는 35도다"라고.



35도, 홈런의 각도

- 낮별


가장 멀리 뻗어가는 마음에도

비밀스러운 숫자가 있다.


너무 낮게 깔리면 땅볼이 되어 흙먼지에 묻히고

너무 높게 솟으면 뜬공이 되어 허공에서 잡힌다.

홈런의 비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고작 35도, 그 정직한 기울기다.


35도, 각도와

망설임 없이 휘두르는 속도와

뿌리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강도가

배트의 가장 달콤한 지점, 스윗스팟과 만날 때

비로소 공은 경계를 넘어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깟 작은 공 하나

그 너른 담벼락을 넘기는 일도 그러한데,

그토록 큰 너에게 이토록 작은 나를 닿게 할

각도와 속도와 강도는....


오늘도 나는 스윗스팟을 찾아 헤맨다.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움직였다.


무엇이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입학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봤다. 문학상담, 애초에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것이었다. 한 학기 동안 공부하면서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중심을 잃어버리고 흔들렸다. 한상심 한상 등의 학회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 라인에 서 있었다. 뭘 파는 식당인지도 모르고 남들이 줄 서있으니까, 나도 덩달아 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연회비 만 오천 원을 내고 준회원으로 밖에서 들여다본 그 세계는... 정말이지...


나와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상담? 그걸로는 안된다는 주변의 반응에 여전히 흔들리지만, 일단 처음 생각했던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문학 상담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고, 줌으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한상심에 대한 미련을 일단 제쳐두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교수님께서 쓰신 논문을 출력해 읽으면서 입학 전처럼 다시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내가 맞이할 이 세계에 대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미세하게 각도를 조정해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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