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담, 최고의 찬사

<두 사람>

by 낮별



두 사람

- 낮별



지난 세기가 저물 무렵,

사과 농장 딸과 사슴 농장 아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서로를 알아보았다.


남자는 수학 공식처럼 흔들림이 없었고,

여자는 행간의 의미를 찾느라 자주 멈춰 섰다.


남자는 삶의 상수를 고정하려 애썼고,

여자는 삶의 변수에 멀미가 났다.


다름은 부딪쳐 아프게도 했지만,

잡은 손을 끝끝내 놓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말줄임표를 배웠고,

여자는 남자에게서 마침표를 배웠다.


세기를 건너와

남자와 여자는 둘만의 섬에서

사과와 사슴을 키우고 있다.


섬은...

가끔 외롭고 바람이 불지만

표류하지 않는다.




촉진시는 라이너 쿤체의 <두 사람>이었다.


나, 그리고 나와 관계된 의미 있는 사람,

이렇게 두 사람에 대한 시를 써보라고 했다.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만남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8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 짧은 시에 담아내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술을 한 잔 하고 귀가한 그에게 이 시를 보여주었다.

'당신에게 바치는 시'라고...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시를 받아 읽더니

갑자기 안경을 벗고 눈가를 닦았다.


나는 조금 당황했고,

"울어? 우는 거야? 얘들아, 아빠 운다"라고 놀려댔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말줄임표를 배웠고,

여자는 남자에게서 마침표를 배웠다."

남자는 울고, 여자는 웃었다.


작은 아이는 시를 읽고 물었다.

"내가 사과야? 형아가 사슴이야?"


그렇게 분석하고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란 말이야.

그냥 은유야. 엄마 아빠를 키웠던 사과와 사슴, 얼마나 귀하니?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그분들 생각하면서 귀한 너희들을 키우며 잘 살고 있다는 그런 말이야.


남편의 눈물은 내 시에 바쳐진 최고의 찬사였다.

그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당신은 계속 시를 써. 내가 시집 내줄게."


시와 술은 너와 나를 들뜨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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