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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호랑이 Jul 11. 2017

백수일 때만 가능한 일들

관성의 시간을 지나 완전히 멈추기까지

Verulamium Park, St Albans, London 에서 고민하던 시간




"여유로운 아침이 주는 에너지"

백수가 되면 오히려 예전보다 의욕이 더 강해질 때가 많다. 잠은 잘 못 자더라도 여유롭게 시작하는 아침이 주는 에너지는 진하고 강하다. 그 에너지 탓에 아침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나볼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어볼까?", 우연히 들른 웹사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나도 이런 사업을 해볼까?" 라며 의욕을 불태운다.



"의욕을 쫓았을 때의 악순환"

지난번 글(백수가 되면 겪게 되는 감정 변화)에서 이야기한 "완전히 멈추기"까지는 그냥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중간에 외로움, 초조함 그리고 의욕들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에 발을 디뎌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후회로 남았다.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기분이 들 때마다 초조함이 더욱 극에 달하고 다음날이면 더욱더 의욕에 넘쳐 사람들을 만나거나 나와 어울리지 않은 곳에 발을 디디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초조함에서 오는 의욕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백수일 때만 가능한 일들"

백수라는 시간이 어쩌면 꽤 오랫동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일지도 모른다(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수를 벗어나려는 시도 말고 백수일 때만 가능한 일들, 백수일 때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백수라는 신분을 벗어나는 관문에서 그 문지기들은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기에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숙한 느낌을 전달해야만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 회사로부터 돌려받은 9to6 시간 덕분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의 나"

그런 일들을 찾다 보니 결국은 철학적 질문들, 원초적 질문들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그래 이 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의 나. 완전히 원초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였다. 직업이 생기고 가정이 생기면 결코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상태에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에 흥미를 느끼며 어떤 활동에 모든 것을 바쳐볼 수 있는 가. 그것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완전히 멈추기"

과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외부의 요인이 전혀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도 고심했다. 마침내 To do list에 익숙해져 있는 삶에서 Not to do list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활동은 전부 차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하여금 내 자신을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활동들만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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