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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해 Sep 20. 2023

먼저 방향을 찾자

방황과 모험의 차이

지도(地図)

시작점(출발점)과 목표점(도착점)을 알아야 한다. 간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 갈 것인지 찾아야 한다.

지금 걸을 수밖에 없다면 걸어야 하고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있음 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야 한다. 공항으로 가지 않으면 비행기도 못 탄다.

먼저 지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모르면, 목표점도 갈 방법도 찾을 수 없다.


지도를 샀다. 커다란 우리나라 지도. 돌리면 세계지도가 그려 있다.

벽에 거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다 보고 나면 돌돌 말아 책장 위에 올려둔다.

지금 우리가 어디 있고 춘천 할아버지 할머니집, 청도 외할머니집, 외삼촌이 사는 인천을 가르쳐 주고 또 가르쳐 주고 며칠 후 다시 꺼내 우리가 사는 곳과 춘천 청도 인천을 짚어보라면 짚지 못한다.

왜 그럴까? 계속 걸려 있지 않아서일까?


우린 서울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샾에 가기로 했다.

딸에게  지하철 역까지는 걸어가야 하니 가는 길을 지도 한 번 그려봐라 했다. 딸아이는 지도를 그릴 수 없었다.

그럼 학교 가는 길을 그려보라 했다. 하지만 잘 떠오르지 않나 보다.

집, 목표점, 가는 길에 보이는 것들 몇 개만 그리면 될 텐데.. 왜 그럴까?

지도를 많이 안 보여줘서일까?

아직 아빠와 엄마의 그늘에서는 지도를 볼 필요가 없고 지도 자체도 필요 없어서일까?

아님 어른들의 지도를 들이대고 너도 지도를 이렇게 그려봐라라고 해서일까?

어쩜 아빠인 내가 진정으로 지도 보는 법을 몰라서 일 수도 있다. 이렇게 물음이 많고 헤매니..



처의 소울푸드 충전(친정나드리)으로 남겨진 우리 둘은 아무 계획이 없었다.

아빠의 나태로.. 아빠는 그냥 책만 보려 했다.

"아빠 나 심심해" 딸아이가 이야기한다.

"그래?, 그럼 컴퓨터로 전에 지구지킴이 동아리 활동(학교에서 자기와 친구들이 만든 환경 알림 소모임)했을 때 자료 찾았었잖아..

우리 집 하고 가장 가까운 제로웨이스트샵 정보 뽑아봐"

"왜?"딸아이

"내일 갈려고"

"상암동...."딸아이

"아니 거긴 서울 서쪽이고 우린 동쪽에 있잖아. 서울역 근처는 없니?"

나중에 알았지만 강동구에 상암로가 있다. 상암이라는 단어가 서쪽이다라고 나에게 말하고만 있는 것 같다.

샵 방문 후 구 서울역에 들러(구 서울역이 문화역사 공원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는 얼핏 들은 내용) 조금은 알찬 시간이었다는 위로를 삼아 볼까 해서였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서 녀석이 강동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을 찾았고 운영시간 주소와 가는 법 등을 알아봤다.

"내일 갈 거면 여기 역까지 가는 길을 지도로 그려볼까?"

전지를 펼쳤다. 아이는 이내 시큰둥.. 전지를 접었다.

"그래, 그냥 가자.."

당일 딸이 찾은 길은 지하철로 가는 길이였다.

(구리역에서 암사역 가는 길)

구리역에서 왕십리역

왕십리역에서 천호역

천호역에서 마지막 암사역


암사역 4번 출구에 나와 스마트폰 앱을 켜고 자세한 주소를 입력한 후 딸에게 스마트 폰을 넘겼다.

"스마트폰만 보면 안 돼. 앞을 잘 보고. 저기에서 좌회전해야 할 것 같은데.."

딸을 보랴 스마트폰을 보랴 또 건물들.. 이정표를 보라.. 눈이 어질.


도착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 했다.

가게 간판은 그대로인데 가게 안의 풍경은 기대했던 제로웨이스트샵이 아니었다.

여긴 흡사 식물을 파는 가게.. 꽃가게..


"일단 들어가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대안생활 3호점 플랜트세러피 숨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로웨이스트샵 공기는 이사를 했고 운영시간도 많이 바뀐 듯싶었다(토요일 운영은 중단되었다 한다)


이러한 새로운 철학의 가게는 처음부터 운영이 그리 녹녹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어떻게 하겠는가.. 우린 자본주의 제국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 제국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와 있다. 글로벌.. 모두 망하거나 모두 흥하거나. 어렵지만 모두 살아야 한다. 돈(자본)이란 수단을 만든 것은 사람들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연이니 너의 반려 식물 하나를 데리고 가자"


반려 동물, 반려 식물, 반려 돌.. 곁에 두고 싶은 것

나중엔 반려가족, 애완인이라고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ㅜㅜ

"반려 식물을 잘 돌보면 아빠가 반려 동물도 한 번 생각해 볼게"

"아빠. 나 이 아이 죽이면 어떻게"

"안 죽게 관심 많이 주고"(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계획한 대로 다 되는 법은 없다. 그 안에서 무엇을 찾는가 그것이 정답 일 듯..


오는 길은 광나루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번에 왔다.

딸에게 광나루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것을 나중에 알려 주었다.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1년이 지나면 구리에서 암사역 10분이면 갈 수 있다.

그 방법을 알고 찾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아도데스

딸하고 지은 이 녀석의 이름 '알맹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 같이 있었으면..


방향을 잃으면 방황이고

방향이 있으면 모험이다

그래 방향을 찾자

그리고 내 인생 모험으로 채우자 

잃어버린 경외심을 찾아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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