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몇 번의 봄이 기다리고 있을까?

by 류하해

뇌출혈로 굳었다 펴진 엄마의 왼손은 아빠가 돌아가신 후 서서히 다시 굳어져 간다


하지만 엄마는 그 일상으로 돌아오신 것 같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시는


물을 떠 주고 또다시 떠주는


밥을 퍼주시고 또 퍼주시는


​직장 생활하는 누나가 모시는 시어머니가 한 말


백수 생활하는 아들 대신 직장에 나가 가정을 건사하는 누나가 직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손하나도 까딱 안 한다는....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두고 있다


곪아 곪았는지 그 말을 계속 이야기한다


애가 직장 나가서 피곤하면 못할 수도 있지


다음번에 그러면 내가 한마디 할 거야



큰 아빠의 큰 아들


사촌형이


중학교 때 아빠 엄마의 신혼집에서 몇 년간 살았었는데..


아침마다 작은엄마 돈 있어요?


돈 좀 주세요...


자기 엄마가 나와도 자기 엄마한테는 돈 달라 소리 안 한다고


자기 엄마가 아들에게도 이리 이야기 하면서 돈을 안 주었다고..


두 칸짜리로 이사 가서 방한칸 내어주었더니 매일 친구들 불러


밤마다 뭘 하는지 술을 먹는지 하하 호호 낄낄 껄껄...


큰엄마는 개가 들어가도 처다는 볼 거다


뭣 때문에 삐졌는지 내가 들어갔더니 얼굴은 안 쳐다보고 먼 산만 보더라


​너희들도 이제 큰집에 들어가지 마라..


​아빠가 어려운 살림에 돈 모아 이모 명의로 땅을 샀는데 쌀 좀 주다가


그걸 홀랑 해 먹고....


내가 죽기 전에 언니에게 말할 거다 울 애들 아빠가 산 땅 내놓으라고...


​엄마가 말은 안 했어도 상처가 참으로 많으신 것 같다...


그것을 다 내려놓으시면 이제 우리와 안녕일까?


​엄마의 상처들 그 푸념이지만 오래오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이유는 무얼까?


너무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 때문일 것일 거야


병원 정기 검사를 마치고 엄마랑 엄마가 다니시는 미장원에 갔다


사장님이 혼자 하시는 의자 3개의 작은 미장원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엄마는 사람이 많으니 내일 나와서 혼자 하신다고 하셨다 난 이왕 나왔으니 그리고 시간도 얼마 안 되었으니 머리를 하고 가자고..


​울 엄마는 아기라.. 엄마 아기가 엄마를 아기처럼 대한다니...


그걸 보고 있던 미장원 손님 중 하나..


자기 아들 둘과 나를 비교하며 부러워한다


​엄마는 딸 자랑에 아들 자랑에... 자식 자랑에

새로운 말들을 끄집어낸다..


딸이 최고지요..


모든 엄마들이 다 딸들이었잖아요...


내가 한마디 거든다.


​엄마가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 뭐 좀 사 올까요 물었다.


요구르트를 사 오라고 하신다


요구르트를 사 와서 미장원에 모인 손님들과 나눠 마신다


엄마가 내시는 거라고 말하며 모두 나눠 드린 후 엄마와 빨대를 나란히 하고 요구르트를 마신다.


​엄마의 단골 미장원 사장님 고맙습니다.


항상 엄마를 따듯하게 맞아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머리를 값을 카드로 계산하곤


조용히 꾸깃한 만 원짜리 한 장으로


그동안 엄마한테 들어왔던 사장님의 고마움에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엄마 날씨 풀리면 우리 같이 꽃구경 가요...


​우리에겐 함께 할 몇 번의 봄이 기다리고 있을지


우린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받은 재능, 신의 선물을 썩힌다. 죽음을 무서워하는 겁쟁이 하지만 죽음을 재촉하고 그걸 모른다. 우린, 모두 슬픈 카라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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