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에서 기업재단까지

커리어를 확장하는 '브릿지' 역량 찾기

by 밀도

"중간지원조직, NGO, 그리고 기업재단.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조직을 어떻게 다 거치셨나요?"


사회공헌 필드에서 커리어를 쌓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중간지원조직의 거시적인 시스템부터 NGO의 치열한 현장, 그리고 가치와 전략을 동시에 고민하는 기업재단까지. 7년의 시간 동안 명함의 로고는 계속 바뀌었지만 돌아보니 그 과정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조직들이 어떻게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지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각 조직에서 얻은 '브릿지 역량'은 나를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로 성장시킨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복지 생태계의 지도를 그리다

나의 첫 시작이었던 중간지원조직은 사회복지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렌즈를 제공했다. 중간지원조직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곳이 아니라 모인 성금을 가장 필요한 곳에 공정하게 배분하고 관리하는 공적 자원의 관리자다. 수많은 기관의 사업을 지원하고 평가하며 나는 사회복지 업무 전반이 어떤 프로세스로 움직이는지 그 거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담당했던 회계와 홍보 업무도 큰 도움이 되었다. 회계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을 숫자로 읽는 법을 배웠고 홍보를 통해 가치 있는 일을 대중에게 잘 알리는 법을 익혔다. 이 경험들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평가자와 관리자의 시각이다. 어떤 사업이 임팩트를 내는지, 행정적 허점은 어디서 발생하는지 지켜봤던 경험은 이후 어느 조직을 가든 나를 신뢰받는 실무자로 만들어준 첫 번째 브릿지였다.


NGO, 사무직에서 영업직으로 현장의 근육을 키우다

중간지원조직이 정제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세계였다면 NGO는 기획이 현실과 부딪히며 생명력을 얻는 야성의 현장이었다. 나는 이전에 배웠던 시스템적 사고를 현장에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담당했던 사업 중 파편화되어 있던 업무 매뉴얼을 재정립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번역하려 노력했다. 이는 향후 여러 기업과의 사회공헌 협력 사업 진행 시 원활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무엇보다 NGO에서의 시간은 나를 발로 뛰는 전문가로 만들었다. 기업 파트너십을 위해 직접 제안서를 들고뛰고 다양한 유관기관과 밀착 소통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은 사무실 책상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정수였다. 중간지원조직이 머리라면 NGO는 발이었다.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커리어 확장의 두 번째 브릿지를 놓았다.


기업재단, 분석적 시야와 현장감의 시너지

기업재단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때 앞선 두 조직에서의 경험은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중간지원조직에서 다진 리서치와 분석 능력은 기업이 요구하는 빠른 생태계 이해력과 전문적인 사업 관리 능력으로 이어졌고 NGO에서 축적한 생생한 현장감은 책상 위 기획이 아닌 실행 가능한 임팩트를 제안하는 힘이 되었다. 기업은 단순히 좋은 일만 하려는 사람보다 행정의 투명성과 현장의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전략가를 원한다. 나는 두 세계를 모두 경험했기에 기업의 자원과 사회의 필요가 만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제안할 수 있었다.


나의 7년은 결국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를 통합하는 과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실무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이 지금 다루고 있는 서류 한 장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람 한 명은 결코 별개의 조각이 아니다. 그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 당신만의 독보적인 브릿지를 완성할 때 당신의 커리어는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문성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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