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 홀로 집에서 육아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 즐겨보던 예능에서는 BTS가 나오고 있었다. 최신 음악들로 가득했던 내 플레이리스트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동요에게 제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였기에 나는 아이들만 아는 아이돌 무식자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월드 클래스 아이돌이 된 BTS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지만 멤버들의 이름조차 헛갈리는 수준이었다. 그런 내 눈에 비친 멤버들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음에도 하나같이 참 겸손하고 순수해 보였다. 달리 잘 된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던 중에 멤버 지민이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감히 공감을 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지민이 했던 말들은 내 마음을 대신 읽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누를 수만 있다면 당장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과 댓글을 남기고 싶었다. 외롭다고 생각했고 주변에 누군가를 두려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은 나를 온전한 나로 바라봐주지 않는 것 같았다며 한 번쯤 내게 "너는 어때?"하고 먼저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엄마인 나 역시 그랬다. 아직도 노는 게 제일 좋은 어린이 같은 내가 어쩌다 엄마가 되고 보니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자유조차 나의 것이 아니었다. 늘 아이와 같이 있지만 외로웠고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이나 시가 식구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의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나조차 나를 온전한 나로 바라봐주지 못했고 누군가 한 번쯤은 "너는 어때?"하고 먼저 물어봐주길 기다렸다.
그랬다. 내가 외롭고 힘들었던 이유는 단지육아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내게 먼저 건네는 "너는 어때?"라는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간절했던 것이었다.
BTS 지민은 학창 시절에 당면과 야채를 넣어 반으로 접은 계란만두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한번 쪄서 먹고 남은 만두에 밥과 계란을 섞어 계란밥전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밥전을 만들어 주면 입이 짧은 첫째도 엄지 척을 해주며 맛있게 먹는다. 이제 제법 커서 내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으며 "엄마, 맛있어요! 엄마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첫째가 있어 나는 이제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아니 참 행복하다.
Today's recipe.
<반달 계란 만두 밥전>
1. 쪄 먹고 남은 만두(약 5~6개 정도)는 겉에 만두피를 벗겨내고 만두소만 볼에 담아 준비한다.
2. 만두 소가 담겨 있는 볼에 밥 한 공기와 계란 3개를 넣고 소금 1작은술을 넣어 간을 한 뒤 잘 섞어준다.
3. 잘 섞은 반죽은 기름을 두른 팬에 둥글고 넓게 올려주고 반쯤 익으면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을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