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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Feb 17. 2022

<Part1> 04. 걱정 마, 잘하고 있어.

Today's recipe. 우삼겹 김치볶음밥.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 늦둥이자 막둥이로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나만 알고 살았던 내가 결혼을 하면서 갑자기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어 처음 마주하는 상황들이 쉬울 리 없었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에게 듣고 사랑과 전쟁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기는 했었지만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겪어봐야 안다고 내가 그 상황이 되고 보니 보고 들었던 모든 것들이 뼈가 저리다 못해 시리도록 와닿았다.


 남편은 착하고 자상했지만 아이들을 낳고 살다 보니 결혼은 현실이라며 남자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던 엄마의 말을 들어야 했었나 하는 후회가 시시때때로 고개를 들었다. 게다가 결혼을 하지 않은 시누이는 시어머니가 한 분 더 계신 것과 같다더니 이직 후 서울 출장이 잦아진 시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간섭을 하고 잔소리를 했다. 나는 잘 자지도 먹지도 못했지만 우는 아이를 업고 시누이가 먹을 밥을 해야 할 때는 서러움에 눈물이 흐를 때도 있었다. 시누이가 주말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을 때는 시누이에게 삼시 세끼를 차려 받쳐야 했다. 가끔 시누이가 얄밉고 힘들어서 투정을 부리면 시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만 보면서 뭐가 힘드냐고 시누이가 자주 가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고 명스러운 대답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나름 최선을 다 해도 늘 부족해하는 시가 식구들 앞에서 나는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잘 자라 주는 게 보람이고 행복이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늘 의문이었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전화를 하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육아의 방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해 묻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어머니, 지금도 잘하고 계세요."라고 대답하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음성이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듯했다. 아마 그때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 하고 있을 당신에게 나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걱정 마, 잘하고 있어."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먹을 음식을 주로 하고 또 같이 먹는다. 그러다 보니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넣은 매콤한 음식이 생각날 때가 많다. 평소에는 아이 음식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어서 내가 먹을 음식까지 따로 하지 못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나는 김치볶음밥을 한다. 야채와 고기를 넣고 하얗게 볶다가 아이들이 먹을 만큼 따로 덜어놓고 나머지에 김치만 넣어서 조금 더 볶으면 내가 먹을 밥도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김치가 아니겠는가? 김치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왠지 엄마 생각이 나면서 오늘 하루를 위로받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든다.


Today's recipe.

<우삼겹 김치볶음밥>

1. 팬에 우삼겹살 한 근(400g)과 다진 대파 한 대를 넣고 볶다가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간을 한 다음    반을 덜어서 따로 접시에 담는다.

2. 1의 팬에 다진 신 김치 반 포기와 김치 국물 한 국자, 고춧가루 1큰술, 고추장 1큰술, 양조간장 1큰술을 넣어 함께 볶다가 밥 한 공기를 넣고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조금 더 볶아주고 불을 끄고 참기름 1큰술을 넣어 잘 섞어준 뒤 그릇에 담는다.

3. 기름을 두른 다른 팬에 계란 한 개를 스크램블 해서 볶음밥 위에 올리고 김가루와 덜어뒀던 우삼겹살을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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