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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Feb 17. 2022

<Part1> 07. 내 머릿속에 지우개.

Today's recipe. 단호박 아몬드 꿀 피자.

 

요즘은 미운 네 살이라고 한다. 우리 때는 미운 일곱 살은 옛 말이 되었다.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아이들이 크는 속도도 빨라졌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아 자기도 답답해서 그러는지 아이는 요즘 들어 부쩍 물건을 던지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떼를 쓰는 일이 많아졌고 무슨 말만 하면 "싫어! 아니야."를 연발했다. 주위에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은 사춘기가 온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며 겁을 주었고 전문가들은 감정을 배제하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만 훈육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엄마도 사람인지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반복된 행동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이랬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이랬겠지 하는 확신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잘 모르겠다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하셨다.


참 신기하게 나도 그랬다. 첫째와 둘째는 두 살 터울이라 불과 2전 일인데도 둘째를 키우며 힘이 들거나 의문이 생길 때마다 첫째 때는 어땠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그 당시에는 나름 심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별일이 아니었다. 특히 육아는 더 그렇다. 다 자라는 과정이고 아이들은 크는 동안 수 십 번도 더 변한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지우개 때문에 나도 종종 잊어버린다.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바라고 바랐었는지를 말이다. 결혼 전에는 아이는 낳지 않을 거라고 했었지만 막상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예상치 못했던 유산을 몇 차례 겪고 보니 이러다가 정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덜컥 겁이 났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래서 마침내 만난 소중한 아이었다. 아이들은 백번 말해주고 천 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제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더 많은 지우개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지울 때마다 다시 적는다.

"너는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소중한 존재란다. 사랑한다. 아가야."


나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견과류를 자주 주는 편이다.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챙겨 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먹게 되었다. 가끔 그냥 먹는 게 질릴 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호박과 소시지를 듬뿍 넣고 피자를 만들어서 다진 견과류와 꿀을 뿌려서 먹는다.


Today's recipe.

<단호박 아몬드 꿀 피자>

1. 단호박을 베이킹 소다 또는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깨끗이 씻어서 그릇에 담고 랩을 싸서 전자레인지에 5~6분 정도 돌린다.

2. 전자레인지에 돌린 단호박은 한입 크기로 잘라서 준비하고 토르티야에 토마토소스를 바른 뒤 피자치즈를 골고루 뿌려주고 단호박, 소시지 그리고 견과류를 취향껏 올리고 에어 프라이기 180°c에서 10~12분간 돌려준다.

3. 취향에 따라 꿀을 뿌리거나 찍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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