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게 찾아온 연애 감정

04 - 감정의 싹이 트고

by 시기차차

학교 앞 사거리에서 다시 만난 그녀.

여행 이야기와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모임 장소로 걸어갔다.

먼저 도착한 남자분께 준비해 둔 펑리수와 누가 크래커를 건넸다.

작은 선물이었지만, 고맙다며 웃어주는 두 사람의 모습에 괜스레 안도와 기쁨이 차올랐다.


며칠 뒤, 걷기 모임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다.

그날은 참여 인원이 적어, 둘이 함께 걷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저 사실... 소개팅 받았어요.”


그 한마디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평소 같으면 “진짜요? 어땠어요?” 하고 웃으며 물었을 텐데,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5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간신히 추스른 뒤 내뱉은 말은,


“어떤 음식 드셨어요?”였다.


나도, 그녀도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그녀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소개팅 상대는 좋은 분이지만 이성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정도만 희미하게 기억날 뿐이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왜 그녀의 소개팅 이야기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는지만 곱씹고 있었다.


‘좋아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사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차라리 부정하며 지우려 했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란 칼로 잘라내듯 단번에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집에 돌아온 밤에도, 다음 날 출근한 회사에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참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안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


그렇게 되뇌고 되뇌었지만, 마음은 뜻대로 잘리지 않았다.

오히려 또다시 ‘다음 산책 모임에 그녀가 나올까’라는 생각만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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