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밤이 되면 해가 지고 간판들이 빛난다. 학생들 또는 연인끼리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괜스레 주눅이 들었었다. 내 속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다들 좋아 보인다며 비교 의식이 주를 이뤘다.
이러다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워 게으름으로 삐져나올 때면 했던 게 있다. 같은 반 아이인데, 키는 조금 아담한 편에 말수가 없었다. 나는 그 친구가 무해해 보이기도 했고 친해지면 좋은 친구가 될 거 같아 다가갔었다. 조금 말을 트기 시작한 시점에 그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담임께 개인 상담 때 여쭤봤었다. 자세히는 말씀 안 해주시고 조금 아프다고 했던 거 같다. 나는 평소 그 아이의 성격과 겹쳐 생각하며 대충 짐작했었다.
그렇게 자주 또는 가끔, 그 아이에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작은 일상들을 보냈었다. 무너져서 아무것도 할 힘이 안 나는 내가 보였다.
"오늘 학원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어.
밤공기가 선선하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렸어.
풀 냄새도 맡기 좋고 하루 중에 제일 고요한,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난 이 시간이 제일 좋아
우리 같이 나아질 날을 기다려 보자."
아마 그 친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인지시키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지금 보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