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에세이 준비 중에 나 자신에게 가장 관대한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처음엔 너무나 각박했지 않았냐며 억울해하다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짝사랑이었다. 같은 반 친구 중 한 명을 마음속으로 정해두고, 그 친구를 바라보다 보면 감정이 쌓여 어느새 진짜로 좋아하게 되곤 했다. 사실 나는 좋은 것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데 익숙했다. 아직 사회의 매정함을 알지 못하던, 사람과 사랑이 마냥 좋기만 했던 고등학생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되게 무해하고 건강하며 이쁜 감정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당시 이러한 인과관계를 다 알고 일부로 이러한 행위를 한 건 아니었지만, 대학을 타지로 가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때처럼 순수해서 가능했다는 걸 말이다.
그러면서 한 학생에 대한 마음이 쌓이다 보니, 내 착각도 어느 정도 합리화를 했다. 흔히 말하는 도끼병이 있었다. 나 혼자 짝사랑을 하며 도파민도 나오지만 그만큼 마음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커지면 그 아이에게 고백하고 차이는 걸로 끝을 냈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같은 반에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챙길 게 너무 벅찬 고3에게 크게 신경 쓸 문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