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고등학교

by 예영

사실 우울증과 그로 인한 상처, 둘 다 너무 무거운 주제이지만 다른 단어로 대체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제목을 쓴다. 상처가 생긴 후 눈치를 많이 보고 아직 떳떳하지 못하지만 여기서만큼은 가리지 않고 시작하려 한다.


이 주제는 내가 가장 후회하는 선택에서 출발한다. 어떠한 선택이 있으면 그로 인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인데 나한테는 그 결과의 후기가 많이, 한참 뒤까지 따라다녔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를 많이 바꿔놨다.


저 선택과 관련해서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있다. 감정에 휩쓸려서 행동이 통제 안될 때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 난 그 당시 우울 때문에 정말로 죽고 싶은 순간은 몇 없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버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근데도 자꾸 시도했던 것은 너무 큰 감정들이 내가 받아들일 틈도 없이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란 게 무서운 것이 어느 순간은 날아갈 거같이 기분이 좋다가도 마음은 얇은 한지로 되어있는 것과 같아서 선선한 바람에도 하늘이 무너질 듯이 기분이 제멋대로였다.

모두가 잠든 밤, 우울보다 큰 문제는 공황이었다. 매일 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것과 느낌이 같았다. 이때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 살아만 있게 해 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는 거였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라, 이렇게 숨을 못 쉬게 둘 거면 차라리 나를 죽이라는 게 내 마음이었다.

약 10개월 동안 심장은 귀와 가슴, 온몸을 두근거리며 나를 꼼꼼하게 괴롭혔다. 이러다 보니 낮잠을 안 자고는 하루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심장이 조용한 날에는 어디가 아픈가 했었다. 이렇게 고요한 날엔 이렇게 평생 지내고 싶다는 바람이 계속 들었다. 약을 먹어도 그뿐이라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다 원래대로 돌아올 때면
"아, 그러면 그렇지. 또 왔구나. 지겹다."
어떤 날은
"그래 시발 와봐라 계속. 내가 무너지나 봐 봐라."
의 반복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왔다며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지, 결국은 나와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학교에서는 하루 2번 정도 공황이 올 때마다 화장실 또는 탈의실에서 끙끙대며 숨을 쉬었고, 집에 와서는 쓰러져 자다가 학원을 빼먹기 일쑤였다.
저녁에는 체대 입시 학원을 가면 거기서는 계속 심박수를 올리니, 운동하는 약 3시간 동안 계속 준비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황이 오는 신호는 심장이 철렁하면서 텅 비워진 느낌을 시작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시작한다. 숨을 규칙적으로 쉬려고 해도 그 당시엔 약까지 소용이 없고 온몸에 힘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스스로 숨을 쉬려 발악하지 않으면 그대로 숨이 멎어 죽을 거 같은 기분이다.


후자에서 1시간, 2시간 등 시간 단위로 넘어가게 되면 대부분 정신을 놓고 막 상처를 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상처를 막 내기 시작하다 보면 내가 현생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내 몸이 제 기능을 하는구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 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하나, 위험한 건 상처를 내고 피가 나올 때 뇌에서 나오는 엔도르핀 그리고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내려가면서 긴장이 풀리고 도피처로 인식되는 것이다.

나 자신도 안 좋은 것, 위험한 것이라고 인지는 하고 있으나, 그 상황에서 유일한 도피처가 되고 루틴이 되면서 조금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도 그것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이 행위'를 끊는 데에도 공황의 호전 이후에도 우울할 때도 찾았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나를 어떻게 바꿔놨냐 묻는다면, 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 거의 강박 정도로 내 기분이나 행동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후회 안 하겠나를 속으로 항상 되묻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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