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며칠 전부터 입맛이 가라앉더니,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양양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양양은 이번이 2번째이다.
재작년 삼일절에 즉흥으로 와서 모래위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바다만 봤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 또한 양양을 온 목적은 철썩거리는 파도와 알록달록한 물 색깔을 보기 위해서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살만하냐. 어떻게 늘 같은 색깔로 출렁이고 철썩거릴 수 있냐."
"밉다. 미워. 무너지지 않는 네가 미워."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다가 무너지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자연은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색깔로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내가 따라갈 수도 없이 하루하루가 넘어갈 때면
또다시 자연 앞에 앉는다.
집 앞에 그네를 타며 한결같은 풀냄새를 맡고
그 계절에 맞는 나뭇잎들을 보며 멍을 때린다.
그러다 보면 나도 다시 자연같이 살아갈 힘이 생긴다.
해수욕장 근처에 다 와갈 때면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반겨준다.
표면적으로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왔냐" 하며 인사하듯이
반가운 냄새이다.
재작년 3월과 달리 사람들은 꽤 많았다.
자잘 자잘한 모래바닥을 걸으며
숨 쉴 틈이 생긴 하루에 든 생각은
같은 반복적이고 뻔한 생각들이었다.
희망을 잡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게 언제 올지는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나를 알기에.
희망이 오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어 다시 살아갈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