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에 중독되는 날이 올 줄이야

by 예영

도피처가 없었다
모든 상황과 사람의 끝이 보였다.
우울증을 핑계로 약을 받아와 누워있기도
가족을 만나도 친구를 만나도 어떤 얘기를 반복하고 어떤 얘기를 피하고 뻔하기에


부모님의 돈 압박은 생각보다 많은 걸 제한했고
내 생활반경의 많은 부분은 무조건 돈을 아끼는 쪽으로 향했다.

많이 미웠다.


이 세상의 행복한 요소들을 많이 제한했다.


이 돌파구를 위한 방법은 대량의 소비밖에

없는 건지


계절도 바뀌었겠다 쇼핑몰을 뒤적거릴 때쯤 또다시 바다가 그리워졌고
눈앞에 보이는 택시를 잡아 월미도로 향했다.

'월미도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문구가 쓰인 간판이 보이고 택시 기사님이 물어봤다.
"어디로 내려드려요?"
"월미도 선착장,, 가능할까요?"
"네~."
한껏 위축된 마음으로 물어본 것과 다르게 문제없다는 기사님의 대답이 이어졌다.

번쩍번쩍하고 쩌렁쩌렁한 노랫소리와 함께 월미도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났다.


선착장엔 노을이 지며 철썩거리는 파도와 기러기들이 반겨줬다.




대관람차 표를 끊고 계단을 올라가 입장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지 여유로운 할아버지는 창문에 똑똑하고 표를 보여주니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기구가 오래되었는지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불안감이 올라와 이어폰을 끼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오는 바다와 월미도 배경은 꽤 예뻤다.


그제야 존재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목소리가 커져 혼잣말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삐그덕거려!"


"우와 근데 진짜 이쁘다."


대관람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있던 오락실에 들어갔다.
오락실이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새로 보는 기구들이 많았다. 저 재밌는 것들을 천 원대에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차 게임은 생각보다 더 덜컹거렸고 옆에 사람들이 지나가든 말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1등을 쟁취했다.

평소라면 손대지도 않는 뽑기 게임도 처음 해봤다. 종류가 수십만 가지인 데다 가격도 500원에 부담 없었기에 가볍게 시작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인형을 집게가 잘 집어 입구 근처에서 자꾸 떨어뜨렸다.
처음부터 집게에 꽉 차게 너무 잘 잡혔기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카드를 계속 집어넣었다.

그렇게 첫 실패를 맛보고 약이 올라 다른 큰 인형도 한 번씩 해봤다.
"쓰읍,, 왜 안되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큰 인형을 두어 개 가지고 가길래 물어보려다 용기가 안나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오락실을 떠났다.

눈 시린 바람 속 인형 하나는 따야 월미도를 떠날 수 있을 거 같은 마음에 다트를 노리기로 한다.

널린 게 오락실인 거리에서 목이 축 늘어진 오리 인형이 눈에 띄어 여쭤봤다.
"저거는 몇 개 맞춰야 해요?"
"원래 8갠데 7개 해줄게요. 다트 10개에 만원이에요~"

다트 컵을 앞에 놓아주시고 난 패딩과 가방을 벗고 집중해 던지기 시작했다.
결과는 20개 던져서 9개를 꽂고 아쉬워하니 다 큰 어른한테는 안 주는데 어려 보인다며 인형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몇 살이냐며 작은 얘기를 나누고 다른 다트장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다트장에 들어섰다.
"만원에 얼마예요?"
"만원에 22발~ 개수에 따라 옆에 인형 가지고 가면 돼요~"
앞에보다 난도가 낮은 다트에 바로 이체를 하고 패딩을 벗었다.

"아! 하,, 오! 으! 아하,,"
온몸으로 다트를 던지고 나니 결과는 12개, 귀여운 갈색의 인형 키링을 가지고 큰 인삿소리와 함께 당차게 밖을 나갔다.

문득 왜 이렇게 뽑기에 미련이 남지라는 생각을 해보니
한판에 만원 또는 2만 원 내 노동력을 내놓으며 인형에 내 기분이 걸린 행위는 꽤 단순하지만

너무 간절했다.


내 노력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 나누었기 때문에.


뽑기로 인형이 뽑아지지 않아도 계속해서 돈을 넣었어야 했고
다트로 계획된 개수가 채워지지 않아도 또 다른 가게에서 시도해야 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든 후에는 씁쓸함과 함께 근처 가게에서 가벼운 배를 채웠다.



배를 채우고 나서도 뽑기에 미련이 남은 나는 길거리를 다시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중 팔다리가 긴 원숭이 인형에 꽂혔고 해당 다트 가게 분위기와 사장님을 번갈아 보며 여기서 시도하면 못 뽑아도 기분 좋게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신중히 골랐다.

"여기 원숭이 인형 몇 개에 주시는 거예요?

기회는 몇 번이에요?"

"만원에 10개~ 8개에 원숭이 줘요~"


대답 이후에 고민하는 나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는 아저씨의 행동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씀드렸다.

"다음에 올게요! 수고하세요~"

민폐일 수도 있지만 난 적은 돈으로 빠른 시간 내 행복해지고 싶었기에 효율을 따졌다.


그리고 두 손으로 오리 인형을 안고 열심히 다트장을 스캔하는 나를 보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어떤 인형 가지고 싶어!"

"저거 저기 원숭이요!!"

"그래그래 만원만 내고 가져가~"


괜찮은 다트장을 찾았다는 마음에 금방

희죽거리며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곤 할머니의 아들뻘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살갑게 물어봤다.

"어떤 인형 보고 왔어요?"

말할 틈새도 없이 할머니가 원숭이 인형을 가리키며 요거 보고 왔다며 잘해달라는 말과 함께 나가셨다.


또다시 패딩과 가방을 벗고 그간의 다트를 던진 경험으로 포물선을 예상해 좀 더 높이 던졌다.


결과는 다트 10개에 9개를 맞췄고 원숭이 인형과 함께 감사하다며 가게를 나섰다.


인형을 세 개나 탔지만 미련은 아직도 남아있었고 그래도 원하는 인형이 없어

뽑기 집 앞에서 택시를 불러 뽑기 앞에서 어슬렁 거리다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어떤 상황과 사람의 끝이 보이더라도

우선 뭐라도 하는 게

그리고 그게 날 위한 거라면

뽑기에 3만 원 정도는 쓸 수 있을 거 같다.


인형 1개는 뽑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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