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1편]

by 예영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영화 스포 있고 내용이 자극적일 수 있음 미리 주의



저녁 7시 46분

책을 읽고 말을 하는 게 자랑이냐며 소리를 듣고

글이 내 탈출구다 소리를 질렀던.

언젠간 터질 거 같았던 폭발물이 제거된 느낌이다.




일이 끝나고 늦은 오후부터

출처를 모르는 방대한 양의 화가 몰려왔고

어깨에 커터칼로 그을 때의 느낌과 감정이

그대로 생각나는 날이었다.



일이 끝나고 6시 반, 가족톡방에 엄마가 영화를 보자며 오늘 9시 어떠냐는 거다.

엄마에게 전활 걸어

"나는 오늘 힘들 거 같은데."

"왜?"

"피곤해. 집 가서 밥 먹고 잘래."

실망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백 사이로 대답이 오갔다.

"그럼 네가 올려. 안된다고."

...

"알겠어."


'저는 오늘 힘들 것 같습니다.'

전화로 들었던 건조한 목소리완 달리

엄마의 톡이 왔다.

'다 같이 보면 좋은데~~.'

아빠의 로봇 같은 대답 '그러게.'

그리고 다시 엄마

'날짜 다시 잡아서 다~같이 가자.'
'낼 오전 10시 20분은 어때?'

그리고 아빠
'좋아.'

대답할 수는 있었지만
이후 후회할 게 뻔해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고

조용한 채팅방에 넣어 숨김처리를 했다.



집에 오는 길,

이렇게 들어갔다는 후회할 거 같아

경로를 틀어 햄버거집을 들어갔다.

햄버거 세트 하나와 치즈볼을 시키고 매장엔 오반의 flower가 흘러나왔다.



첫끼인데도 불구하고

얼마 들어가지 않는 당혹감과 함께

치즈볼 1개와 감자튀김을 반 넘게 남기고 나왔다.



그리고 집 반대쪽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머리를 계속 굴리며

이 화의 시발점이 있었는지

내가 뭘 놓쳤는지

난 지금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지
이 화는 조절되는지 등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화의 크기는

다루지 못할 정도로 꽤 컸다.

밖에서 시간이 필요하다였고


가까운 CGV로 가 몇 시까지 영업하는지
상영 중인 영화는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아바타 그리고 주토피아, 짱구 극장판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의 선택지 중

좀 울고 털어내고 싶었던 나는

딱 봐도 슬퍼 보이는 맨 후자를 골랐다.


하지만 이미 마감된 타임이

6분 뒤 시작이었고


막 뛰어가

보이는 자리 가운데 예매를 하고 들어갔다.

운이 안 좋게도 양 옆이 커플이었고 얼떨결에 남자 2명 사이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앉자마자 영화가 시작했고 난 자세를 낮춰 핸드폰 전원을 얼른 껐다.


잠이 들면 기억을 잊는 여학생과

심장이 안 좋은 남학생이 깊이 사랑에 빠져
여학생은 기억을 되찾아가고

남학생은 어떤 일로 심장이 안 좋아져
죽는데.

영화 도중 속으로 한숨을 몇 번 쉬었는지 모르겠다.

(오로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여학생이 매일 기억을 잊어서 힘든걸

저 정도로밖에 표현 못하는 것과

남학생이 뜬금없이 죽어 극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려는 게 보여
중간에 나가려다 말았다.

영화가 끝나고 옷매무새를 정리해

영화관 문을 지나 영화표를 찢어

앞에 버려진 팝콘통에 같이 넣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집에 들어오니
거실에서 반찬 준비하고 있는 엄마가

"왔어?"

"응."

패딩과 집업을 의자에 걸치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갈 잘 준비를 하고

"나 올라갈게."

"지금?"

"어."

"지금까지 뭐 하다 왔어?"

"일."

"뭐?"

"글 쓴 거 피시방에 들러서 올리고 왔다고."

"내일 간다는 톡에 답장은 왜 안 해?"

"못가."

"왜?"

"안 간다고."

"지금 늦게 와서 싸하게 오더니 뭐라고?"

"다음부턴 안 그럴게."

그때까지도 진정이 안된 나는 대화를 단락 시켰고
그대로 방으로 올라가 불을 끄고 넷플릭스를 봤다.


평소 좋아하는 드라마라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 갯마을 차차차,


요새 이상하게 남들 연애하는 게 궁금해져

보고 있는 하트 페어링,
그리고 트렁크를 왔다 갔다 하다

저 아래의 감정의 위로가 필요해

트렁크를 틀어놓고

이불을 얼굴 쪽으로 꽉 껴안아 편안한 자세를 유지했다.


영상에선

공유에게
가짜 부부를 행세하는 서현진의 희생이 나왔다.

평소 공유가 싫어하던 샹들리에가 떨어져

서현진의 팔목을 그었고

공유는 서현진의 희생이 이해되지 않아 서현진에게 투덜대며 응급실을 간다.


피를 흘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는 쾌감이 이어지며 오래되었던 자해욕구가 다시 떠올랐다.

예전에 사놓았던 칼은 엄마가 정리하면서 없애버린 건지 찾을 수 없었고
과거 프로젝트 재료 중 하나였던 송곳을 집어 손거스름 사이로 지나쳤다.

그리곤 손등 위를 살짝 대보며

머릿속엔 이 화를 어떻게 분출할지 생각뿐이었다.


주방 칼을 들고 위협을 하면 엄마가 조금은 저자세로 나오려나

날 조금은 이해를 해줄까


그리고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튼 패드에는
요즘 잘 챙겨보는 타로 유튜버의 영상 알람이 떠있었다.


눈물이 낫고
오래 울진 않았지만
소리 없이 목구멍이 따가웠다.

시간은 새벽 1시 반쯤
평소라면 말똥말똥하겠지만

일이 많았어서인지 빨리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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