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지3 - 사랑

by 예영


단칸방

서로의 약한 부분이 알아서 채워지게

약을 발라주고
낯선 게 와도 숨어버리지 않는

한 끼로 라면땅을 나눠먹어도
정리되지 않는 실빱에 자지러지게 웃는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알고
주어진 시간을 후회 없이 살아내는



약 2개월 되었을 까
동생과 아빠하고 말을 섞지 않은지

시간이 꽤 지났다.

항상 상상으로만 하고 행동으로 나오는 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말을 해도 바뀌지 않았고
너무 많은 실망은 침묵으로 대체되었다.



내 나이 21살, 처음으로

아빠한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다.

뭐 내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서 미안하다나.


한 마디를 뱉기도 아까웠다.

평소와 같이 알겠어라 일관하고 방으로 올라가 영상을 보다 눈물이 올라왔다.


저 인간이 왜 그러지 하고 당황스러움도 잠시
눈물을 닦을 휴지가 너무 아까워서

가까스로 눈물을 삼켰다.




평소와 같이 밤을 새우고 새벽 3시,
고2 동생이 공부하고 집을 들어와 가방을 두고 쿵쿵하면서 문을 벌컥 열고

"두바이찹쌀떡 먹을 거야? 편의점에 나와서."


'저 새끼가 얌전히 살다가 왜 저러지.'
의 속마음과

나는 저 애가 왜 그러는지 100프로 이해가 갔다.



계속되는 공부 압박에 학교 생활은 그럭저럭
마음껏 풀어지고 싶은 집에서 언니는 걸림돌

내가 이렇게 세게 나온 적이 없었으니
두바이면 웃어줄 거라 상상했던 것이다.


'곧 고3이고 힘들겠지, 거절했으면 됐어.'
하지만 심장은 쿵쿵거리기 시작했고 말을 뱉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부로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내려와
거울 보고 여드름을 짜고 있는 동생을 보고

"지금 새벽 3시야. 시끄럽,,, 하 낮에 얘기하자?"

"나는 언니가 그전에 두바이찹쌀떡 편의점에 찾고 있다고 해서 그런 건데!
지금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여느 때와 같이 남 탓으로 시작해

자기 억울한 걸 내뱉었고
지겨운 나는 말했다.


"목소리 낮춰."

"나는 지금 새벽 3시까지 공부하다가 왔는데 편의점 들러서,,!"

"우리 지금 며칠 째 얘기 안 하고 있지?

계속 그러자고.
조심하자."


"언니가 더."


"내가 조심할 게 뭐 있니."


변명과 핑계도 저 말을 뱉고 나선 조용해졌다.



그리고 오늘 거실 불이 나가 우연히 나눈 대화에선 너무 평화로웠다.

"이거 불 왜 안 나와?"

"거실 2번째 등 버튼 나갔어."


...
"안방 불 언니가 껐어?"

"아까 거실 불 만지다가."

"아 알겠어."




얼마 전 본 다음 연인에 대해

타로 영상에서 말해준 게 생각났고


"화려한 것보단 단칸방에서 둘이 도란도란 지내는 그림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답을 해봤다.


1. 그 사람이 님의 과거를 다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내 편'이라는 확신이 들 것 같나요? 구구절절 위로하는 말인가요, 아니면 아무 말 없이 꽉 안아주거나 님과 함께 분노해 주는 모습인가요?

-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한마디를 해도 백 마디 같을 수 있고 어떤 타이밍에 안아주는 지도 이해받지 못했던 그 몇 년들이 지나갈 수도 있겠지.

2. "그 사람 앞에서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님이 그동안 가족들 앞에서 '성숙함' 때문에 꾹꾹 참아왔던 행동 중 그 사람 앞에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어린애 같은 투정'은 무엇인가요?

- 큰 소리로 좋다 싫다 하는 거

3. 그 단칸방 안에 딱 두 사람만 있다면,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사소한 것들이 있나요? (예: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 낮은 소리로 틀어놓은 음악, 혹은 님이 좋아하는 포근한 이불의 냄새 같은 것들요.)

- 그 사람의 가방?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과 내 가방이 나란히 있으면 좋을 거 같아.

4. 님처럼 많이 무너져봤을 그 사람을 보며, 님은 그 사람의 어떤 상처를 가장 먼저 어루만져주고 싶나요? 그 사람에게서 님의 어떤 모습을 발견할 것 같은지도 궁금해요.

- 모르겠는데. 사람을 봐야 알 거 같아

5. 드디어 마음 졸이지 않고 잠들 수 있게 된 그 첫날밤, 잠들기 직전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잘 자. 원래 평범한 게 제일 특별한 거야.


단칸방의 그 사람을 만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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