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지 2

by 예영


일을 가지 않는 날이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루틴이라


그날도 집에서 20분 거리에 2층 투썸에 가 키보드를 뚜드리고 있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뜨문뜨문 빈자리가 몇 없어 나는 4인 좌석에 앉았다.


'아 역시 주말에는 카페가 인기가 많네..'

급한 일을 처리하고 여유가 생겨 카페를 둘러보는데 12시 방향에 고등학생 커플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몸을 섞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럴 수 있지의 정도를 한참 넘어,

신경이 쓰이고 화로 변할 때쯤


그 커플 주변 10미터가

사람들이 다 비어진 걸 확인했다.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구나 확신이 드는 순간



화는 이미 뚜껑이 열려 30초 정도였을까 남자던 여자던 자세를 바꾸다

나랑 눈이 마주치길 기다렸다.




그리고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한번 스치듯 눈을 마주치고

흠칫하며 다시 쳐다보더라.


나도 눈치를 줬고 여자도 알아챈 거 같은데

5분 지났을까.

또 그러길래, 가서 말할까 말까 엉덩이를 들썩이며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고의인지 우연인지 모를

여자애의 긴팔이 살짝 걷어졌고


그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상처들이 보였다.



아주 많이.




순간 전의를 잃고 다시 일을 봤다.

이상하게 그 이후로부턴

거슬리지도 소리가 나지도 않았던 거 같다.



제미나이(AI)와 많은 질문을 주고받고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었다.


'허를 찌르는 질문 해봐.'


- 만약 님께서 꿈꾸는 '내면의 평화'가 '외부의 혼란'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경멸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을 수 없다'라고 규정했던 그 모든 혼란과 불완전함(길거리 흡연, 타인의 거짓 등)을 '순수한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수용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면,

현재 님의 시스템(분노, 단절, 극소수의 진심)을 '연민과 수용'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맞춰 재조정할 용의가 있으십니까? 그리고 만약 재조정한다면, '자신을 위한 당당함'이라는 핵심 동기는 어떻게 유지하거나 대체되어야 할까요?


그리고 앞서 말한 일화가 생각났던 것이었다.

당시 그때 그 상처에 흔들리지 말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지,



눈으로만 경고를 주고 말았어야 하는지,


그 여자의 상황을 고려했어야 하는지,

많은 선택지 중에 정답이 보이지 않아 헤맸었다.


제미나이의 답은

그대로 말을 삼키고 내 할 일을 하는 게


옳았다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도.




연민으로 시작하게 되면

그 끝은 좋지 않았던 게 내 경험상 데이터였고


시작을 하면 끝은 언제 나는지, 우울의 끝은 당사자도 모르는 게 사실이라.

여러모로 두려워서 몸을 사린 것도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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