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고3이 되어 개학 전날 새벽, 이미 방학 내내 쌓인 압박감에 지쳐 바람 쐬러 나가기로 결심했다.
"엄마, 나 잠깐 놀러 갈래."
"고3이 시작되는데, 너무 지쳐서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는 "그래 가도 좋아. 어디로 갈지 잘 정하고, 대중교통도 확인해." 하셨다.
꽤 단호했지만, 허락을 받고 교통비와 용돈을 지원해 준다는 말에 신나서 찾아봤다.
우선 다음 날 공부를 안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 흥분되어 콧김을 내뿜으며
인천에서는 좀 멀리 떨어진 양양으로 버스를 예매했다.
터미널에서는 잠시 헤맸지만 결국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양양은 참으로 고요했다. 하늘은 유난히 밝고 파랬다.
버스에서의 3시간 동안 혼자 다양한 생각을 하며 울음을 쏟아낸 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렇게 버스를 타려 했으나 배차시간이 너무 길어 택시를 타고 하늘빛의 넓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3월 1일, 봄이 오기 전 아직은 좀 추운 날씨였기에 롱패딩을 입고 찍은 사진이 아쉬워 바닥에 내팽개치고 찍었었다. 그렇게 바다와 가까운 모래사장 위를 걸어 다니며 차갑고 코 시린 바닷물에 손도 담가보고 알록달록한 조개들도 야무지게 챙겼다. 그리고 주전부리밖에 안 한 그날 4시가 다 되어 적당한 밥집을 찾아 배를 채웠다.
사실 별일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행동이 아닌, 오로지 나를 돌봐주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