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고등학교

by 예영

그렇게 대단한 결심을 하고 고3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뛰어난 친구들은 많았다. 수행과 대회, 보고서, 수업에 중간과 기말 그리고 샘들의 잔소리와 인간관계.
이 모든 걸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완벽주의라는 특성은 나를 갉아먹었다.
발표 수행평가가 있는 전날에는 다음 날 앞에서 말을 얼버무리는 것을 생각하며 연습에만 3시간을 썼었다. 이러다 보니 나머지들은 챙길 수 없었고 그렇게 천천히 다 놓게 되었던 거 같다.

그러다 마르고 평범한 겉 차림의 친구를 만났다.
우연히 대화해 보곤 결이 비슷해 사이가 단기간에 엄청나게 깊어졌었다. 모든 것에 완벽해지려고 하는 나와 달리 안 되는 건 일찌감치 놓고 다음 일을 준비하거나 놀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그 친구와 있었던 시간은 유일하게 내 마음이 조용해지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그 친구네 집에서도 놀게 되었다.
어디에 있어도 불안하던 시기에 가장 편안한 장소였다. 무언갈 해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주고 종일 먹고 자고 영상들을 보는 것의 반복이었다.

당시 누구보다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며 떵떵거렸지만 지금 보면 학생 때의 청춘을 나름대로 잘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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