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러프> 비평
청춘은 미완성이다. 삶의 아름다움을 알아가지만,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불완전한 시기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는다. ‘러프’는 그림을 그리는 기초 단계로 보통 ‘러프 스케치’라 부른다. 구상되는 대로 일단 거칠게 선들을 대강 그려놓는 작업이다. 눈으로 보기에 거칠고 볼품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그림은 이 러프 스케치 단계에서 시작된다. 이제 갓 성인이 될 준비를 거치는 청춘처럼, 러프 스케치 역시 반드시 거쳐가야 할 미완의 단계다.
<러프>의 모든 장면들을 재밌게 읽어 나갔지만, 결말에 다다른 순간 이전의 장면들은 기억 속에 남아나질 않았다. 만화의 마지막 10페이지가 주는 임팩트는 6권에 달하는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 모두를 집어삼켰다. 야마토와 나카니시의 최후의 레이스, 니노미야의 생각치 못한 방식의 고백이 함께 몰아치는 결말은 아다치 미츠루 만화를 통틀어 최고의 마무리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스포츠물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이 훌륭한 결말에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야마토의 피나는 노력 끝에 성사된 나카니시와 수영 대결 결과는 미궁 속에 빠진 채 누구도 알 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마토와 나카니시는 두 개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니노미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와 수영 선수로서의 레이스, 허나 아다치 미츠루는 둘 중 하나의 결말만 보여주고 나머지 하나, 레이스의 결과는 밝히지 않은 채 만화를 마무리 지었다. 작가의 다른 대표작 <H2>나 <터치>에서 두 라이벌이 경기장 위 승부를 끝끝내 결판짓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어쩌면 아다치 미츠루는 <러프>를 두고 스포츠적 성격보다 청춘 로맨스 만화의 성향을 더 부여하고 싶어했지 않았나 싶다. 반대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레이스 결과만 나오고 니노미야가 좋아하는 상대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면 이 만화는 스포츠에 집중한 만화로 기억될 것이다. 작가는 그리 하지 않고 니노미야의 마음만 공개하며 결국 이 작품이 풋풋한 고등학생들의 로맨스 만화였음을 드러냈다.
엄밀히 말해 작품 내내 공들여 설계한 두 개의 승부 중 하나의 결과만 밝혀진 것은 미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목인 ‘러프’, 만화가 내내 강조하는 ‘청춘’이란 단어에는 이 불완전한 마무리가 어울린다. <러프>의 결말이 멋진 마무리로 기억되는 것은 우리가 청춘을 아름답던 시절로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