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을 겪는 자녀를 위해서

by 지세훈 변호사

아이를 둔 이혼소송은 서류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처럼 계산으로 정리되는 문제가 아니라, 소송이 진행되는 내내 당사자 사이에 직접 협력해야 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면접교섭 날짜를 정해야 하고, 아이를 언제 누구에게서 인도할지 조율해야 하며, 학교 행사나 병원 문제처럼 즉각적인 결정을 요구받는 상황도 수시로 생깁니다. 이혼을 두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잘 이야기해서 정하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말인지, 실제 이혼소송을 겪어본 분들은 압니다.


이 모든 대화는 단순한 생활 대화가 아닙니다. 문자 한 줄, 통화 한 번, 약속을 지키지 않은 행동 하나가 그대로 기록으로 남고, 이후 이혼소송에 있어 재판부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결국 이혼소송 중 부모의 관계가 앞으로의 아이의 삶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면접교섭과 양육 관련 다툼에서 재판부는 부모가 아이를 둘러싼 상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했는지, 아이를 갈등의 한가운데에 세우지 않았는지를 봅니다. 실제로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의사가 없으면서 아이를 핑계삼아 본인이 원하는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했는지, 상대방에 대한 보복적 감정으로 면접교섭을 시켜주지 않는 것인지 모두 다 따져 봅니다.


“이번 주는 사정이 있다”, “아이가 가기 싫어한다”는 등의 말을 반복하며 상대방의 면접교섭 요구를 피하기 위해 여러 핑계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재판부는 질문합니다. 이 부모는 아이와의 만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의지가 있는가. 그 질문에 불리한 방향으로 답이 만들어지는 순간, 자녀의 친권 양육권은 상대방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판사님들도 아이들의 엄마 아빠인데 아이를 앞세워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를 한다면 어떠한 주장을 해도 이해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혼소송을 어느 정도 해 본 변호사라면, 그리고 가정법원의 판사님이라면 아이를 빌미로 억지를 부리는 것은 누가 봐도 너무나도 티가 납니다. 단지 본인만 그렇지 않다고 우길 뿐.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변호사는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불리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응해야 할 요구는 정리해서 응하고, 응하지 말아야 할 요구에는 이유를 붙여 선을 긋습니다. 감정이 앞서는 대화를 정리하고, 아이를 갈등의 도구로 삼는 상황을 차단합니다.


아이를 위해 좋게좋게 풀어간다는 말은 흔히 오해됩니다. 이혼소송에서의 원만함은 서로 웃으며 지내는 상태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아이가 부모의 이혼소송의 후유증을 떠안지 않도록 어른들이 앞에서 정리해 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기준을 당사자가 혼자 지켜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억울함이 쌓이고, 결국 감정이 먼저 반응합니다. 그 순간 아이는 보이지 않게 됩니다.


실제 소송 현장에서는 이런 장면이 반복됩니다. 상대방이 일부러 감정을 건드립니다. 면접교섭 시간을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합니다. 아이의 말을 빌려 압박합니다. 여기에 당사자가 직접 대응하면, 결국 싸움의 프레임으로 흘러갑니다. 변호사가 있으면 이 흐름을 끊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싸움이 될 대화는 정리합니다.


이혼소송에서 변호사는 단순히 유리한 판결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녀가 있는 사건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의뢰인과 아이의 일상을 흔들지 않도록 사건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분노와 다툼을 직접 떠안지 않도록, 앞에서 정리해 주는 존재입니다.


이혼은 부부 관계를 끝내는 절차지만, 아이에게는 부모가 사라지는 사건이 아닙니다. 소송이 끝난 뒤에도 양육과 면접교섭은 계속됩니다. 그 이후를 버텨내는 힘은, 소송 중에 어떤 태도를 남겼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혼소송에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감정적인 대응을 막고, 끊을 건 끊고, 아이에게 남겨질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역할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이혼소송은 생각보다 길고, 아이에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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