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리고 있는 구름을 몰아내기 위해서

by 지세훈 변호사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자주 흐려집니다. 분명 눈앞의 상황은 하나인데, 머릿속에서는 수십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인가.” “이 정도는 참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괜히 일을 키우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마음 위에는 점점 두꺼운 구름이 끼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방향을 잃은 안개가 오래도록 떠다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 사건을 오래 다루다 보면, 그런 상태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이혼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지금 화가 난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쳐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 속에는 이미 수년 동안 마음속에서 반복된 질문들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동안 그 질문들은 답을 향해 가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의심과 두려움을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은 관계가 무너지기 직전에 처음으로 법률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늦게 찾아옵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오래전부터 균열이 시작되었고, 그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밤을 혼자 고민하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 생각할수록 상황이 더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흐려진다는 데 있습니다. 마치 구름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방향을 잡기 위해 애쓰지만, 보이는 것은 계속해서 변하는 안개뿐입니다.


제가 사건 기록에서 매일 보는 것은 사실 법률 문제가 아닙니다. 그 기록 속에는 “누가 무엇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라는 감정이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해석된 것입니다. 배우자가 했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혹은 반복된 무시의 느낌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면서 점점 더 무거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오래된 해석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법률 상담이라는 것은 단순히 법 조항을 설명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그것은 마음 위에 떠 있는 구름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각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차분히 정리하다 보면,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감정들이 조금씩 구조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구조가 생기면,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볼 수 있게 됩니다.


A씨는 몇 년 동안 배우자의 행동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정도로 변호사 상담까지 받아야 하나.” 그러다가 어느 날 사무실을 찾아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이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해받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상담이 끝난 뒤 A씨는 이혼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집으로 돌아가 배우자와 다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맑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많은 이혼 사건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사람의 삶을 대신 결정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결혼을 지켜야 하는지, 끝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각자의 삶 속에 있습니다. 다만 혼자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선택지와 결과를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 위에 떠 있던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합니다.


만약 마음속이 너무 흐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혼자서 구름을 밀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야는 훨씬 맑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법률 상담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을 만들어 주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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