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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11. 2022

<농촌 체험하기> 땔감용 장작의 미학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여자동료들이 껍질부분만 남고 내부가 비어있는 큰 통나무 3개에,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어댔다. 나무의 내부가 통째로 비어있는 나무를 보기 힘들 뿐 아니라, 구멍의 크기가 얼굴만 찍기에 딱 좋았다. 여자동료들은 속빈 마른 나무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어머, 신기하게 껍질만 남아있네! 대표님이 잘 만드셨네요~”

  옆에서 여자동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대표님도 빙그레 웃으면서, 얼굴에 흘러내린 땀을 닦아냈다. 사실 이 통나무는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 갔다 놓은 지 오래된 것이었다. 땔감으로 쓰기 전에, 개미들이 먼저 집으로 만들어서 입주해 있었다. 전동 톱으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자, 말라비틀어진 내부의 나무 조각들이 쉽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집에서 쉬고 있던 개미들도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이리 저리 흩어지는 개미들은 졸지에 집을 잃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형태의 나무를 보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용도로 바뀌었다.


  시골에서는 겨울에 난방용으로만 장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바비큐나 각종 요리를 할 때, 마당 같은 곳에서 큰 솥을 걸어놓은 화덕을 덥힐 때도 땔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종 농산물의 정식작업이 마무리된 6월초 어느 날, 한가해진 틈을 이용해서 장작 패는 작업을 진행했다. 

  땔감용 장작을 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남자동료들이 돌아가면서 도끼질을 많이 해야겠구나.’하고 생각했었다. 힘든 하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일은 예상외로 재미있고, 힘이 많이 들지 않았다. 전동 톱과 유압도끼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싹 마른 긴 나무를 전동 톱으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유압도끼를 이용해서 통나무를 여러 조각으로 쪼갰다.  

  대표님이 쌓여진 장작 더미 앞에서 전동 톱의 작동법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한옥학교에서 전동 톱을 많이 다뤄보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유압도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유압 도끼는 쪼개는 기능밖에 없는 단순한 기계였지만, 웬만한 두께의 마른 나무는 모두 쪼갤 수 있었다.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쪼개는 속도가 워낙 느리다 보니까, 여유 있게 일할 수 있었다.


  우리가 땔감용 장작을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팀장님이 한마디 거든다. 

  “이왕 장작 쌓는 작업을 할 거면, 외부에서 놀러 온 손님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산채마을의 모든 자연환경을 가꾸고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는 팀장님의 말이니까, 거역(?)하기 어려웠다. 팀장님은 꽃을 좋아해서, 이곳 저곳에 아름답고 희귀한 꽃들을 심어놓았다. 산채마을에 관광 오는 여자손님들의 발길을 자주 머물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더불어 우리의 작업 결과물도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멋있게 쌓는 방법에 대해서 누가 알겠는가? 동료들은 잠시 일손을 놓고, 장작을 쌓을 장소와 다 쌓아 올렸을 때의 모습에 대해서 토론을 벌였다. 그렇게 논의를 거쳐서 장작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설치물(?)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는 손님들이 자주 구경하는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 장작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장작 쌓는 작업을 마무리하니까, 어느 덧 오후 6시가 가까워졌다. 다양한 형태의 장작들을 담벼락과 같은 모습으로 쌓아놓으니까, 제법 그럴 듯했다. 주변의 나무들, 사랑채의 기와집과 잘 어울리는 자연속의 한 작품(?)이 되었다. 작업을 마친 남자 동료들은 서로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쳐다보면서, 작업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하이 파이브를 했다. 

  땀 흘리면서 고생하는 남자동료들을 위해서 여자 동료들이 막걸리와 새참을 내왔다. 남자동료들이 새참을 먹는 동안, 여자동료들은 장작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댔다. 마치 손님들이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참 좋은 배경이 되겠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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