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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14. 2022

<농촌 체험하기> 뱀과 노루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일곱번째 이야기

  6월 첫째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 데,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의 카톡방이 불이 날 정도로 울려댔다. 뭔가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카톡방을 열어보니까, 대표님과 교장선생님이 뱀을 잡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독뱀이었다.

  사실 지난 주 나와 전장군님이 지나가려는 독뱀을 잡으려다 실패했었다. 대추방울토마토를 심기 위한 밭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단풍나무 가지를 전동 톱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잘라낸 가지들을 밭 근처 곤드레 집의 뒤편에 쌓고 있었는데, 마침 독뱀이 우리 앞을 지나서 곤드레 집의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전장군님이 괭이로 뱀을 꼭 붙잡고, 나는 와이자(Y) 형태의 나무 가지로 뱀을 다시 눌렀다. 그런데 뱀의 힘이 대단했다. 두 사람이 잡고 있었지만, 바닥이 잔디여서 그런지 한참 몸부림을 치더니 빠져나가고 말았다. 그리고는 곤드레 집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나중에 대표님에게 들으니까, 곤드레 집 아래에 쥐가 많이 살고 있어서 뱀들이 이것을 잡아 먹으려고 많이 나타난단다. 얼마 전에도 뱀이 이곳에 나타나서, 최선생님이 한 마리 잡았었다. 


  9월 어느 날에는 산채마을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감자밭에서 감자 수확을 하고 있었다. 한참 감자 수확을 진행하고 있는데, 바로 근처에서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나는 감자밭의 이웃집에 사는 개가 짖는 줄 알았다. 그런데 몇몇 동료가 산채마을에 사는 초코라고 알려주었다. 감자밭 주위에 쳐놓았던 노루망에 걸려 있는 노루를 발견한, 초코가 짖고 있는 것이란다.

  나는 얼른 초코가 짖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과연 수컷 노루의 뿔이 노루망에 걸려 있었다.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뿔이 단단하게 걸려있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노루가 우리 감자밭이나 고추밭에 잎을 뜯어 먹으러 들어왔다가 걸린 것이다.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흔하게 보게 되는 장면이다. 뱀뿐 아니라 집 근처에 밭이 있기 때문에,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 등의 동물들이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지만, 때로는 해를 끼치기도 한다. 특히 뱀이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 무릎까지 올라온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서 전원생활을 택했기에, 자연의 한 부분인 동물들을 배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삶의 터전 안에서 동물들과 공생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겠다.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적으로 만나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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