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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17. 2022

<농촌 체험하기> 갈등 1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여덟번째 이야기

  옥수수 뿌리 부위에서 자라난 잡초를 뽑아내고 산채마을로 돌아가려던 동료들이, 옥수수 밭 한쪽 귀퉁이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나는 멀찍이서 고랑에 제초제를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동료들이 서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너무 멀기도 했고, 뿌리고 있던 제초제를 마저 뿌리고 싶었다. 그런데 동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두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가끔 큰 소리도 났다.

  나중에 들으니까, 동료들 중에 몇 명이 불만을 터트렸단다. 공동으로 진행하는 곰취와 곤드레 채취 작업에 왜 일부만 참여하는지, 그리고 공동 농장의 일을 할 때 꼼꼼하게 일을 하지 않고 대충 일을 하는 지 등등…


  산채마을 뒤편에는 곰취와 곤드레 밭이 100평 가까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교육생들이 입교하기 전에, 대표님과 팀장님이 심어놓은 것들이었다. 여기서 자라난 곰취와 곤드레를, 교육생들이 원하는 대로 수확해서 먹거나 팔아도 된다고 허락해주었다.

  여자 동료들을 중심으로 몇몇 교육생들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몇몇 여자 동료들은 수십명의 지인들에게 수십 킬로그램씩 팔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여자 동료들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채취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인들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은 동료들은, 채취작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지인들로부터 주문을 받은 당사자이다 보니까, 책임을 지고 채취해서 택배까지 보내야 했던 것이다.

  지인 판매를 주도했던 몇몇 여자동료들은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판매를 해서 발생한 매출로 교육생들의 공동 기금을 불려주었는데, 어떤 동료들은 판매도 거의 하지 않았고 채취 작업에도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인 판매를 주도했던 몇몇 동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매출만큼 수익을 나눠주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다. 곰취나 곤드레 채취와 판매작업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 중 일부분이었다. 비닐하우스와 노지에 재배하고 있던 토마토의 곁순을 거의 매일 도맡아서 따주던 동료도 있었다. 공동 농장과 텃밭에 심을 모종을 키우기 위해서, 하루에 두번씩 규칙적으로 물을 주면서 건사하던 동료도 있었다. 얼마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닭들에게 모이 주는 작업을 전적으로 혼자서 하던 동료도 있었다. 이런 작업들은 바로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생산과정의 일부이기에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한 우리 10명의 교육생들은, 개인 텃밭을 가꾸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동 작업으로 진행된다. 공동으로 가꾸는 밭이 3천평이나 되다 보니까, 공동 작업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불가피한 사정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1~2명씩의 동료가 빠지곤 했다. 체력이 약하거나 농사 일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들은, 밭일에 서툴 수밖에 없었다. 생산성에서 개인 차가 나다 보니까,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었다.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수확물은 똑같이 나눈다는 원칙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원칙으로 인해서, 서로에게 비슷한 노동 투입량과 생산량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 참가자 10명의 남녀 동료들이 모두 비슷한 체력과 기술,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해법이다.

  모든 사람이 똑 같은 투입시간과 노력으로 일을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떤 관점으로 이해하느냐인 것 같다. 서로간의 체력과 장단점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을 할 수 있다. 손재주가 좋은 동료들은 빠르게 일을 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에 강점이 있는 반면, 꼼꼼하게 일을 하는 동료들은 하나 하나의 작물을 상하지 않게 관리하거나 수확하는 일을 잘 한다. 체력이 약하지만 타고난 유머를 가지고 다른 동료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입담은 약하지만 강한 체력으로 묵묵히 일을 잘 해나가는 동료들도 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한 동료들은 열명 정도의 소규모 조직이면서, 배우는 것이 목적이지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다. 굳이 비슷한 노동 투입량을 요구하면서, 노동 투입량에 비례해서 생산량을 나누어 가지는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오히려 각자의 장단점이 ‘다름’을 인정해주면서,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형성될 수 있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Team work이 강한 조직은, 조직 운영의 rule도 긍정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동체 정신은 농촌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들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게는 30년, 길게는 60년을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어떻게 처음부터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서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생각의 차이를 메우는 노력이 필요한 데, 이것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기 전에 먼저 소통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소통하면서, 서로의 성향이나 자라온 환경 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호 이해의 폭이 커지면, 생각의 차이도 차츰 메워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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