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Apr 16. 2023

<농촌 체험하기 퇴고 글>트랙터와 여자 농사꾼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열한번째 글

   “여보, 운전 잘 하네~~, 파이팅!”

  신반장이 아내 송이씨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잔뜩 긴장된 얼굴로 트랙터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차츰 과감하게 트랙터를 몰았다. 밭을 거의 한 바퀴 돌 무렵에는, 운전석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여유를 보였다.


  우리가 옥수수를 심을 밭에는 트랙터 두 대가 서 있었다. 대표님과 사무장이 운전해온 트랙터들이다. 그날은 축분 비료를 뿌리고 이랑 만드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옥수수 모종을 정식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다. 이 작업을 하기 전에 트랙터 사용법을 먼저 배우기로 했다. 천평이나 되는 넓은 밭인 데다가 평지여서, 초보자가 트랙터를 배우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서, 대표님과 사무장으로부터 트랙터 사용법을 배웠다. 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사무장이 운전하고 온 작지만 최신형인 트랙터의 사용법을 교육받았다. 마력수가 작아서 다양한 작업을 하기는 힘들지만, 로터리치고 비료 주는 등 웬만한 기능은 다 할 수 있는 기계였다.

  트랙터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작 장치가 있었다. 주기어, 보조기어, 포크레인과 로터리 기계 조작장치 등… 모든 기어와 조작장치를 제 위치에 놓고, 가속기 페달을 밟아야만 겨우 움직였다. 처음 운전할 때는 굉장히 어려웠다. 사무장이 차분하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간신히 운전 조작까지 할 수 있었다.

  남자 동료들은 작동법을 비교적 빨리 익혔지만, 여자 동료들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들은 송이씨가 조작장치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옮겨 놓자, 육중한 트랙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거운 트랙터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만족감에서 인지, 송이씨는 움직이는 트랙터 운전석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느리게 움직이는 트랙터를 따라가면서, 신반장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송이씨뿐 아니라 다른 여자 동료들도, 남자 동료들보다 훨씬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며칠 뒤에 관리기 교육이 있었다. 관리기 교육에 여자 동료들이 더 적극적이었는데, 아마도 트랙터 교육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기 때문인 듯했다. 트랙터가 어른이라면, 관리기는 어린 아이라고 할 만큼 작은 기계였다. 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트랙터보다 더 힘들었다.

  관리기는 농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계이다. 이랑도 만들고 비닐 멀칭도 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관리기의 작동법도 복잡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시동 거는 법부터 시작해서, 좌우 클러치 작동법, 운전대의 상하 좌우 움직이는 법, 전진 및 후진 기어 넣는 법, 가속기 사용법 등등… 교육하는 중에 이 마을에서 관리기를 제일 잘 다룬다는 전문가가 찬조 출연까지 했다. 전문가답게 자유 자재로 관리기를 회전시키는 등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여주었다. 교육을 받던 우리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트랙터는 자동차와 같이, 운전석에 앉아서 모든 부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 관리기는 걸어가면서 운전해야 한다. 결국 사람의 힘이 결합되어야만 관리기 운전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지면의 굴곡이나 작업의 성격에 따라서 운전대를 상하 좌우로 움직여줘야 했다. 밭의 가장자리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 180도 회전할 때는, 한쪽 부분을 힘으로 들다시피 해야 한다. 여자동료들이 사용하기에는 위험했다.

  트랙터는 크기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런지, 지면이 울퉁불퉁해도 운전석에서 그다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운전할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동법만 알면,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계였다. 

  그런데 관리기는 크기가 작아서, 지면의 굴곡에 따라 흔들림이 심했다. 흔들리는 관리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몸의 근육을 사용해야 했다. 관리기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근육의 힘이 많이 필요로 하는 단점이 있었다. 트랙터 사용법을 배우는 데 적극적이었던 여자동료들은, 남자동료들이 관리기로 멀칭 작업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농촌이나 어촌 등 시골생활에서는 여자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제법 많다. 근육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에서 여자와 남자가 할 일이 나눠지게 된다. 

  하지만 농촌의 일손부족이 이러한 현상을 점차 바꿔 놓고 있다. 여성도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까 여자들이 손쉽게 일할 수 있도록 각종 기계 장비들이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IT기술을 이용해서 스위치 하나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첨단화되어 가고 있다. 남자들의 근육보다는 여자들의 섬세함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랙터나 굴삭기 등 중장비를 운전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작가의 이전글 <초보 농사꾼의 하루>액비와 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