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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17. 2023

<농촌 체험하기 퇴고 글>찐한 노동-곰취밭 작업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열번째 글

  “아이구, 허리야. 반장, 우리 쉬었다 하자!”

  “언니, 나도 무릎이 아파서 더 이상 못하겠어.”

  여자동료들은 여기 저기서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남자 동료들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30대의 젊은 신반장도 힘들다는 듯이, 10분 휴식을 하자고 했다. 벌써 몇 차례나 쉬었는 지 모른다. 쭈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히고 작업할 수밖에 없는 자세가 동료들을 힘들게 하였다. 곰취가 무성하게 자란 탓에, 곰취밭 잡초제거를 하고 있는 우리들이 엉덩이 방석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도 무릎과 허리가 뻐근해졌다. 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무릎과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았다. 겨우 일어서서 허리와 무릎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서야, 밭 주변에 잠시 앉아서 쉴 수 있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 날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주로 교육생들에게 할당된 텃밭과 공동농장을 경작하는 일과로 구성된다. 하지만 다양한 농촌의 삶을 경험하고 다른 작물도 재배해보기 위해서, 산채마을에 사는 다른 농부들의 밭에서 알바를 하기도 했다. 2022년 4월말 어느 날, 우리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알바 작업을 했다. 산채마을 팀장님의 맏언니네가 이천 평이 넘는 밭에서 곰취를 재배하고 있었다. 오전에 이 곰취 밭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4월 중순이었지만 낮에는 더웠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7시에 모여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맏언니 집은 태기산쪽으로 5분 정도 올라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호리병 모양의 지형에 위치해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비닐하우스 1~2개만 보일 정도로 좁았는데, 집으로 올라가면서 넓은 밭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족히 오천 평은 되어 보였다. 양상추가 심어진 비닐하우스가 여러 동이 있었고, 넓은 노지에는 곰취가 자라고 있었다. 

  맏언니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오늘 작업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곰취를 제외한 모든 잡초를 제거하는 것인데, 특히 한삼(또는 환삼)이라고 불리는 것을 철저하게 뽑아 달라고 했다. 이것은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한번 나면 곰취밭 전체를 덮어 버린단다. 사실 한삼은 주로 약초로 쓰이는 데, 사포닌과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어서 통증완화에 좋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곰취밭에 자라는 한삼은 잡초에 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작업했던 비탈진 곰취 밭에서는 그다지 잡초가 많지 않았다. 동료들과 고랑 하나씩을 맡아서 진행하니까 금방 끝났다. 맏언니 말대로 잡초의 대부분은 한삼이었다. 발견한 즉시 모조리 뽑아버렸다. 경사진 밭이어서 그다지 허리나 무릎을 많이 굽히지 않아도 되었다.

  문제는 바로 근처의 다른 곰취 밭으로 옮겼을 때였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이 이 밭의 바로 옆으로 흐르고 있어서, 잡초가 무척 많았다. 더군다나 첫 번째 밭과는 다르게 평지여서, 쭈그려 앉거나 엎드리다시피 허리를 굽히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잡초가 너무 많다 보니까, 한 장소에서 30~40분을 작업해야 겨우 다 제거할 수 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일을 한 탓에, 무릎과 허리는 물론이고 허벅지와 종아리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힘들어할 때, 최선생님 형수가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렸다. 

  “이쪽 구역에서 누가 잡초를 뽑았나요?”

  작업하고 있던 동료들의 눈이 일제히 최선생님 형수를 향했다. 

  “어? 내가 작업했던 곳 같은데?”

  전장군님 형수가 손을 들었다.

  “자기가 맡았던 구역의 잡초를 깨끗하게 제거해야, 다른 사람이 또 다시 잡초를 뽑지 않지요!”

  전장군님 형수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최선생님 형수가 쏘아붙였다.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인데, 형수가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모두들 말이 없어졌다. 그때 신반장이 10분간 쉬자고 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신반장이 눈치껏 취한 조치였다. 

  첫 번째 밭과 다르게, 두 번째 밭에서는 여러 차례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점차 더워지면서 일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10시까지 3시간 동안 작업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두 번째 밭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완만한 경사의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천평이 넘어 보이는 곰취 밭이었다. 밭을 본 순간 동료들은 놀라서 발을 멈추었다. 너무 넓었다. 이 넓은 곰취밭 작업을 다하는 것은, 무리라고 모두들 생각한 듯하다. 그것을 알아차린 듯, 우리를 안내하던 맏언니는 약속했던 10시까지만 작업해 달라고 했다. 

  동료들은 한 고랑씩 맡아서 들어갔다. 두 번째 밭보다 잡초가 적기는 했지만, 쪼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굽히고 작업해야 하는 것은 매 한가지였다. 모두들 말이 없어졌다. 우리는 10시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산채마을로 돌아왔다.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곰취밭 잡초 제거작업의 후유증은 다음날에 더 심하게 나타났다. 모두들 허리와 무릎이 아프단다. 신반장 부부는 젊어서 인지,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60대 부부들은 그 후유증이 여러 날 지속되었다. 몸이 허약한 장미씨는 그날 이후 곰취밭 작업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고, 김대표님이 빈정거리듯이 쏘아붙였다. 

  “그 정도가지고 끙끙거리면, 앞으로 어떻게 농사지을 거예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6개월동안, 농사일을 할 수 있는 근육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 김대표님의 지론이었다. 곰취밭 잡초 제거작업같이 힘든 과정을 거쳐야, 근육이 생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팀장님이 우리를 변호해주었다.

  “도시생활만 한 사람들이 어떻게 밭일에 바로 적응할 수 있겠어요? 그러다가 프로그램을 그만 두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전년도에 진행되었던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교육생 1명이 중도에 그만 두었단다. 비록 노동이 힘들어서 그만 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염려한 것이다. 4월 1일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전에는 모두들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회사나 관공서에서 사무직으로, 집에서 주부로, 군인으로…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밭 작업은 처음 해보았다. 

  이날 작업을 하면서 농사일이 힘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왜 농촌의 노인들이 무릎과 허리에 병을 달고 사는 지 알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어떻게 하면 허리와 무릎을 되도록 적게 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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