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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03.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계 모임

- 귀농 첫해에 겪은 여덟번째 이야기

  돼지고기 수육, 굴, 당면, 전 등 큰 상위에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최선생님 형수님이 워낙 요리를 잘 하시기 때문에, 모든 음식들이 맛있어 보였다. 

  “와우! 맛있는 음식들을 이렇게 많이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역시 형수님이 만드신 음식은 최고예요!”

  상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동료들은 한마디씩 칭찬을 하였다. 누구는 서울에서, 누구는 일산에서, 누구는 둔내에서 달려온 동료들이다. 겨울 농한기여서 각자 자기 집에서 흩어져 지냈던 것이다. 몇달 만에 만나다 보니까 더욱 반가웠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된 저녁 식탁을 보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던 동료들은, 만남을 지속하자는 의미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은 ‘아농회(아기 농부들의 모임 또는 아름다운 농부들의 모임)’라고 붙였다. 회장으로 추대된 장미씨가 제안한 이름이었다.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전국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까지 차지하면서, 교육의 대미를 장식한 동기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과정에 대한 추억도 많았고, 서로에 대해 깊은 정이 들었다. 10명의 동기들 중 6명이 이미 횡성군에 정착한 것도 만남을 계속할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아농회’의 첫 번째 모임을 2023년 1월 중순에 횡성읍의 최선생님 댁에서 가졌다. 최선생님의 집들이로 대신한 것이다. 첫 모임에 대표님과 팀장님도 참석하였다. 장미 회장이 준비한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식사후에 이어졌다. 동료들이 미리 준비해온 물건들을 가지고 경매를 진행하였다.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것들이었다. 최선생님은 담금주, 대표님은 가스난로, 나는 고급 향수 등등… 각각 가져온 물건들을 내놓고,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이 제시한 가격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시켰다. 경매 대금은 ‘아농회’의 공동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그날 모인 돈이 20만원이 넘었다. 

  경매가 끝난 뒤에는 윷놀이 판이 펼쳐졌다. 마침 1월이라서 윷놀이의 분위기가 쉽게 형성되었다. 2팀으로 나뉘어서 윷놀이를 하였다. 윷놀이를 하면서 모두들 실컷 웃었다. 마지막으로 최선생님 형수님이 가리비 삶은 것을 내놓았고, 이것을 먹는 것으로 우리의 첫번째 회식은 끝났다. 


  아농회의 회식은 너무 재미있었다. 최선생님 형수님이 준비한 음식들이 맛있으면서 풍성했고, 장미회장이 준비한 여러가지 이벤트들도 잘 어울러졌다. 만난 지 반년을 겨우 넘긴 우리들이 이렇게 계 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회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동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비록 만난 지 1년도 안되었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평생을 살던 곳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곳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떠들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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